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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9) 도랑살리기(상)

도랑 살려야 국가하천이 산다

  • 기사입력 : 2013-10-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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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북면 화천리의 한 도랑, 쓰레기가 버려져 있고, 오수가 유입되고 있다.
    도랑살리기운동을 하기 전 창원 북면 신음마을의 한 도랑. 쓰레기와 적재물이 쌓여 물길이 막혀 있다.
    신음마을이 도랑살리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치우고 물길을 낸 이후 도랑의 모습./한국생태환경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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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북면 화천리에 있는 한 도랑. 비닐과 박스가 뒹굴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물길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도랑으로 희뿌연 축유기 세척물이 흐르고, 도랑 바로 옆엔 퇴비로 쓰기 위한 소의 분뇨가 있다. 농촌지역 마을 도랑은 쓰레기 수거가 잘 되지 않아 쓰레기를 버리거나 태우는 일이 잦다. 정화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고 생활오수, 축산폐수를 버리기도 한다. 수계의 발원지인 마을 도랑이 오염되면 도랑물이 소하천으로, 지방하천으로 흘러들어 결국 국가하천까지 오염시킨다. 실핏줄을 살려야 동맥인 국가하천이 산다.


    ◆도랑 왜 살려야 하나

    도랑은 마을 앞에 있는 작은 개울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읍·면 단위 농촌마을 앞을 지나며 폭 2~3m, 길이 500m 미만의 하천을 가리킨다. 과거 도랑은 농촌의 식수원이었고, 아이들이 멱을 감고 뛰어놀거나 아낙들이 빨래를 하는 생활의 중심지였으나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서 급격히 황폐해졌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며 수생태계의 건강과도 직결되지만 도랑은 그동안 환경대책에서 빠졌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환경운동가들은 하수처리가 잘 되지 않고, 상류의 화학물질 유출 사건 등으로 심각한 오염에 놓인 낙동강과 바다를 살리기에 전념했다. 눈에 보이는 큰 오염덩어리들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2005년 도내 시민·환경단체가 실시한 하천실태조사 결과, 낙동강 본류의 수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지류인 도랑의 수질이 나쁘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부터 나오는 오염원을 제거하지 않으면 본류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마을도랑을 함께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2007년 환경부가 도랑실태조사를 진행하다 일부 마을 도랑을 시범 복원하면서 시작된 도랑살리기는 청소, 주변 오염원 제거, 주민 의식교육, 창포심기와 같은 수생태계 복원이 출발점이었다. 그 결과 도랑살리기를 실천한 마을은 도랑과 마을 주변이 깨끗해졌으며 도랑의 수질이 향상돼 일부 도랑에서는 1급수 지표 생물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도랑살리기는 수계의 발원지부터 수질을 관리한다고 해서 ‘물과 관련된 환경운동의 마지막 종착점’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쓰레기에 묻힌 도랑

    환경부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 4대강(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섬진강) 유역 845개의 도랑에 대해 오염실태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하천 수질의 좋고 나쁨을 따질 때 사용되는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으로 Ⅲ등급(5㎎/L, 보통)이하가 전체 29%를 차지했으며 Ⅴ등급(10㎎/L, 나쁨) 이하도 10%로 조사됐다.

    낙동강 유역은 특히 쓰레기 투기와 잡풀로 건천화된 도랑이 많았다.

    한국생태환경연구소가 2012년 도내 낙동강유역 27개 도랑을 조사한 결과, 쓰레기와 잡풀로 건천화된 도랑이 17곳, BOD Ⅱ등급 이하가 1곳, BOD Ⅲ등급 이하가 1곳, 나머지 8곳은 수질이 보통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상용 한국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은 “도랑 오염원을 분석한 결과 쓰레기가 60%, 마을오수가 24%, 축산폐수가 5%, 공장폐수가 2%로 나타났는데 대부분 마을 주민들과의 협조로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다”며 “도랑에서부터 오·폐수가 흘러들면 낙동강 녹조문제도 심해지기 때문에 사전에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단계 진화한 도랑살리기운동

    2007년 환경부의 도랑·실개천의 오염조사 및 정화 복원사업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도랑살리기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창원시도 시 예산을 투입해 적극 나서고 있다. 본격 시행 3년 만에 도랑살리기는 조금씩 발전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처음에는 민간단체나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2011년 창원시가 전국에서 최초로 한국생태환경연구소와 함께 민·관 협동으로 한 의창구 북면 신음마을 도랑살리기에서 주민들이 실천선언문을 낭독하면서 자발적 의지가 포함된 ‘운동’으로 거듭났다. 특히 2011마을도랑살리기 전국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전국적으로 도랑살리기는 ‘운동’의 성격을 띠면서 주민들의 참여가 확산되고 있다.

    수질, 환경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지류의 여러 도랑을 함께 살려 하나의 하천을 살려내자는 개념이 도입됐다. ‘북면 신천 1급수 만들기’가 대표적 사례다. 내년까지 신천으로 흘러드는 유역 내 40개 마을 모두를 살릴 계획이다.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가 강과 댐 상류유역을 통합 관리하는 단계로 진화한 ‘푸른황강·맑은합천호 만들기를 위한 거창군도랑살리기운동’이 시작됐다.

    도랑살리기에 참여한 마을에 대한 지원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는 운동 2~3년 차에 해당하는 마을의 사후관리사업도 진행한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올해 처음으로 5개의 마을을 선정, 3800만 원의 사후관리사업비 예산을 지원한다.


    ◆법 제정·실태조사 필요

    도내에는 4871곳의 마을에 2만~3만 개 정도의 도랑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실태조사가 이뤄진 도랑은 그중 1%도 채 되지 않는 168개(2012년 기준)다. 도내 도랑 중 2013년까지 마을도랑살리기가 진행된 곳은 0.2%인 40여 개에 불과하다.

    이마저 각 유역별로 따로 진행된데다 연도별로 다른 기준에 따라 추진돼 체계적이지 못했다. 또 결과도 조사기관별로 따로 관리되면서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자료를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14년부터 중장기적으로 도랑의 실태를 조사하고 현황 파악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도 한계가 있다.

    민간단체나 연구기관같이 한정된 용역은 전체 도랑 수를 파악할 수 없는데다 마을 주민들과 접해 실질적인 관리가 필요한 도랑의 수는 가려내기가 더욱 어렵다.

    이와 관련해 경남발전연구원 이용권 박사는 “사람의 손길로 살릴 수 있는 것이 도랑이지만 소하천의 치수와 방재가 목적인 소하천정비법만으로는 도랑살리기의 목적에 알맞은 예산을 받하기 어렵다”며 “도랑의 관리주체와 보호를 명시한 법률과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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