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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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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간성 회복 위해 ‘인생학교’ 운영해보자- 조광일(창원시 마산합포구청장)

  • 기사입력 : 2013-10-2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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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언론과 사회의 흐름을 살펴보면 무엇이 ‘선(善)’이고, 무엇이 ‘악(惡)’인지를 구분하기가 당최 모호하다. 잔인한 언어와 혐오가 사이버 공간을 오염시키고, 특정인을 일탈자로 낙인을 찍어 벼랑으로 내모는 선정적인 행태를 보노라면 야만적인 사회로 퇴화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인간의 본성(本性)은 과연 무엇일까? 이 주제에 관한 논쟁은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해 왔다.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에 따르면, 선악을 가릴 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을 선천적으로 타고났지만, 나쁜 환경이나 그릇된 욕망 때문에 성장하면서 때가 묻게 되므로 인간 본래의 착한 심성을 찾기 위해서는 수련과 수업, 그리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좋지 않은 환경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에 있다며 덕치를 통한 왕도정치가 바탕이 되어야 서로가 사랑하고 아껴주며 옳은 일을 좋아하는 이상적인 사회가 이뤄질 수 있다며 민본주의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70여 년 뒤, 순자는 맹자와 다른 시각에서 인간을 바라봤다. “인간은 날 때부터 자기 이익을 구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기 때문에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며, 인간의 타고난 본성을 악으로 보고, 도덕적 수양은 교육을 통한 후천적 습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중세의 교부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와 마키아벨리(N.Machiaveli), 홉스(J. Hobbes),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등의 논자들도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아는 일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면 억눌린 무의식 때문에 자신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불행한 삶을 살 수 있고, 또 억눌린 무의식을 남들에게 투사해서 항상 남들을 비판하고 비웃는 그런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니 끊임없는 단련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끊임없이 단련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성악설’과 비슷하고, 본성이라는 것을 무조건 억눌러서는 안 되며 본성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 점에서는 ‘성선설’과 비슷한 것 같다.

    영국 런던에는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뜻을 모아 학교를 설립하여 삶의 의미와 살아가는 기술에 대한 지혜를 나누는 과목으로 사회교육을 실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로 ‘The school of life(인생학교)’이다. 이 학교에서는 공동체 구성원 각자가 직면한 현실타개법이나 혹은 인생설계법 같은 내용을 주제로 토론, 세미나, 강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생각과 사유의 폭을 넓히면서 멘토링과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법과 사회질서가 바로 서고, 이웃 간에 서로 배려와 양보로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사회 복원, 정중함과 사려가 있는 인간성 회복을 위해 우리도 이런 학교를 곳곳에 설립해서 운영해 보면 어떨까.

    조광일(창원시 마산합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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