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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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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36) 의령 한우산 억새밭

하늘 위, 가을 정원
꼬불꼬불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 주차장에 닿아

  • 기사입력 : 2013-10-3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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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령 궁류면 벽계리 한우산 정상에 넓게 펼쳐진 억새가 바람에 출렁이고 있다./성승건 기자/


    하늘에도 정원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의령군 궁류면 벽계리에 있는 한우산의 억새밭을 찾았다.

    가례면을 지나는 도로 주변으로 펼쳐지는 농촌 들녘은 완연한 가을로 옷을 갈아입었다.

    서암저수지를 지나 한우산이 가까워지자 형제 산인 자굴산이 보인다. 꼬불꼬불한 자굴로를 올라가다 보면 한우산으로 이어지는 임도가 나온다.


    이 길은 더욱 꼬불꼬불하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은 험난한 인생길 같다. 산은 그렇게 쉽게 정상을 내주지 않는다. 이 임도는 포장되기 전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했다.

    정상 부근에 있는 전망대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 아래로 펼쳐지는 계곡과 약 15㎞인 임도를 한눈에 보니 마치 거대한 뱀이 한우산을 지키기라도 하듯 감싸고 있는 것 같다.

    해발 836m인 한우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골이 깊다. 수목이 울창해 오뉴월 한더위에 맞는 비도 겨울비처럼 차갑다 해 찰 한(寒), 비 우(雨) 자를 쓰며 산은 찰비산, 계곡은 찰비골이라 불리기도 한다.

    정상 부근까지 왔는데 도대체 억새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정상으로 향하는 데크로드가 보인다. 데크로드를 따라 올라가니 마중 나온 억새가 고개를 내민다. 억새들이 하나둘 은빛 깃털을 흩날리며 바람이 불 때마다 소곤거린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높디높은 푸른 하늘과 억새들. 이곳은 하늘이 내려준 정원이다. 사방이 탁 트인 가운데 멀리 보이는 경치까지 나를 품으니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의령군이 내려다보일 뿐만 아니라 멀리 시선을 돌리면 서쪽으로는 지리산과 덕유산, 동쪽으로는 화왕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보니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정상을 중심으로 펼쳐진 억새밭은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하늘에 떠 있는 느낌을 주게 만든다. 산 아래 사람들에게 정원을 몰래 숨겨 놓은 듯하다. 하지만 정상 부근에 주차장이 생겨 등산이 어려운 사람들도 쉽게 올 수 있다. 산은 쉽게 허락하지 않으려 하지만 사람들은 또 포기하지 않는가 보다.

    한우산은 억새밭 이외에도 둘러볼 곳이 많은 곳이다. 형제 산인 자굴산과 마주하고 있어 등산로로도 인기가 좋다. 특히 여름에도 찬비가 내린다는 찰비계곡(벽계계곡)은 여름철에는 꼭 둘러봐야 할 코스다. 5월이면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철쭉의 장관도 볼 만하다.

    한우산을 내려오면서 세계 최대 동굴법당인 일붕사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기암괴석으로 봉황의 날개를 단 듯 굽어보는 형상인 봉황대의 경관도 놓칠 수 없다. 가을에는 억새로, 한우산은 이렇게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의령읍을 지나 가례면으로 가는 지방도 1037번을 따라 갑을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좌측 쇠목재 방향으로 향한다. 쇠목재에서 등산로를 이용해 766봉으로 오르는 길을 택해도 좋다. 한우산과 자굴산을 연결하는 생태계 다리를 지나 자동차 주차장이 마련된 팔각정까지 약 3.2㎞ 구간을 걸어가면 된다. 차로 계속 가길 원한다면 임도를 이용해 팔각정 주차장까지 올라갈 수 있다. 드라이브 코스로 좋지만 구간에 따라 길의 굽이가 심하고 경사가 가파르니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주차장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데크로드를 따라 300여m 탐방로로 들어가면 억새의 물결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벽계야영장에서 출발하는 것도 좋다. 산성산을 지나 촛대바위 등을 둘러보고 한우산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내려오는 길에 일붕사 옆 기암괴석의 경관도 뻬놓을 수 없다.

    김용훈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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