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8월 04일 (화)
전체메뉴

환한, 내 것인 네 것- 이하석

  • 기사입력 : 2013-10-31 11:00:00
  •   




  • 사진을 찍어달란다. 사진기를 받아 조그만 창으로 내다보니 그들은 서로 환하게, 다시 붙는다. 서로 참는 모습이 아니다. 함께, 웃음의 맞불을 지핀다. 그녀의 부푼 가슴을 그의 팔꿈치가 지그시 짓이기는 게 보인다. 그런 걸 눌러 찍는다. 날 믿지 못하겠는지, 다시 확실하게 서로 間을 붙들어두려는지 한 번만 더 찍어달란다. 조그만 창으로 내다보니 그들은 다시 환하게, 붙는다. 함께, 웃음의 맞불을 지핀다. 그녀의 부푼 가슴을 그의 팔꿈치가 또 지그시 짓이기는 게 보인다. 그런 걸 또 찍는다. 그들은 고맙다며 카메라를 가져간다. 내가 찍은, 내가 가져야 할 가장 환한, 참을성 있는 장면을 금방, 빼앗아 가버린 저 날강도들! - <현대문학> 2013년 10월호

    ☞ 슬그머니 웃음이 나는 시입니다. 카메라 앞에 선 젊은 남녀의 모습에서 시인은 ‘환하게’ ‘환하게’라고 자꾸 느끼고 있네요. 카메라를 통해 청춘남녀의 모습을 들여다본 시인은 연출가가 된 기분입니다. ‘그의 팔꿈치가’ ‘그녀의 부푼 가슴을’ ‘지그시 짓이기는’ 순간을 ‘눌러’ 찍습니다. 청춘의 사랑을 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본 노(老)시인, 상실감과 함께 ‘환한’ 생명의 빛을 발견해 우리에게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옛다, 사랑! 잠시 맛만 봐라!”며. 이주언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