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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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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11) 옥상녹화

도심 콘크리트 건물의 '오아시스'
건물 옥상이나 외벽, 부족한 녹지 채워줄 공간
도로변 옹벽 등 활용 높아

  • 기사입력 : 2013-11-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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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쿨식물이 무성하게 자라 있는독일 슈투트가르트 한 숙박업소의 벽면.




    #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대동백화점 옥상에는 ‘하늘공원(사진)’이 있다. 백화점은 지난 2011년 고객과 인근 주민들에게 휴식공간 제공과 냉난방 효과를 높이려 옥상면적의 약 45%에 조경을 했다. 가장자리 1084㎡의 규모에 소나무와 천리향, 남천, 산철쭉 등을 다양하게 심었다. 여기에 편의시설로 파고라와 등나무 벤치, 어린이 놀이시설을 갖췄다. 이 공간은 고객과 직원들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인 삭막한 도심에 옥상정원은 존재 자체로 기분을 좋게 한다./전강용 기자/

    #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루이젠하우스에 사는 안상규(46) 씨는 지난 6월 옥상(사진)을 아담하게 꾸몄다. 콘크리트의 썰렁한 공간이 잔디로, 야생화로, 정원수로 살아났다. 안 씨는 창원시의 옥상녹화 비용지원 공고를 보고 응모해 선정됐다. 130㎡의 옥상녹화에 2600만 원이 들었다. 이 중 1400만 원은 시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자부담했다. 안 씨는 옥상공원 한쪽에 야외데크를 마련, 지인들을 초청해 바비큐 파티도 연다./김승권 기자/


    ◆녹지로 주목받는 옥상

    옥상이 주목받고 있다. 도심지의 경우 거의 모든 땅에 건물이 들어서 있어 이를 뜯어내지 않으면 녹지 조성이 불가능하다. 건물의 옥상이 부족한 녹지를 채워줄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건물 외벽이나 도로변의 옹벽 등도 녹화장소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의 한 연구결과는 옥상·벽면 녹화가 주목받는 근거가 된다. 서울시가 인구 1인당 공원면적 1㎡를 늘리기 위해서는 1032만㎡의 녹지가 필요하고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103조2000억 원이 소요된다. 현실적으로 지상녹지면적을 더 확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옥상녹화는 구조물 위에 인위적으로 지형, 지질의 토양층을 새롭게 만들어 식물을 심거나 수(水)공간을 갖춰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도심열섬 완화·에너지 절감

    옥상녹화의 기능과 효과는 여러 측면에서 확인된다. 환경부가 만든 ‘보급형 옥상녹화 가이드북’ 등에 따르면 옥상녹화는 우선 도시경관을 향상시키고 도시환경 개선효과를 가져온다. 옥상공원 100㎡에서 매년 2㎏의 오염물질 저감효과가 있으며 성인 두사람이 호흡하는데 필요한 산소를 생산한다.

    녹지대 조성으로 도심열섬 현상을 완화한다. 보급형 옥상녹화시스템을 적용한 건물 외피는 기존 콘크리트 옥상 표면에 비해 최대 20℃까지 온도를 낮췄다. 또 토심 10㎝당 소음 20㏈를 줄이고, 20㎖의 빗물 저장이 가능하다. 빗물이 한꺼번에 유출되지 않게 지연시켜 도시홍수를 예방한다. 초기 강수에 포함된 오염물질을 여과시켜 하천수질 개선효과도 있다.

    경제적 효과로 건축물의 단열을 통한 냉난방비 절약을 들 수 있다. 옥상을 전면녹화할 경우 냉난방에너지의 16.6% 정도가 절감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국내 전체 건물옥상의 30%를 녹화할 경우 2533억 원의 에너지 절약 효과가 기대된다.

    이 외에도 쾌적한 환경조성을 통한 건물의 가치상승, 산성비·자외선 등으로부터 건물 보호기능도 갖는다. 옥상표면의 노화방지와 방수층 보호 및 화재예방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건물 녹화는 도시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은신처와 서식처를 제공해 생태네트워크 구축에 기여한다.

    벽면녹화는 옥상녹화에 비해 면적 확보가 쉽고, 보행자들의 눈에도 잘 띄기 때문에 ‘보이는 녹화’로 관심을 끈다. 이는 생물의 지상 서식처와 옥상 서식처를 연결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시공 못지않게 유지관리 이뤄져야

    창원시의 옥상녹화 조성현황은 2010년 27곳 4594㎡, 2011년 16곳 4144㎡, 2012년 17곳 2596㎡, 2013년 8곳 705㎡가 고작이다. 2009년 이전까지 합치면 108곳에 1만8348㎡에 그치고 있다. 벽면녹화는 12곳 6904㎡ 정도다. 예산도 갈수록 줄고 있다. 2011년 5억6200만 원, 2012년 2억4700만 원, 2013년 2억 원이다.

    시민들은 옥상녹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비용과 건축물의 구조문제로 직접 참여에는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허근영 경남과학기술대 조경학과 교수는 옥상녹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정원이 주는 이점에 대한 인식 제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옥상녹화가 주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환경적 필요성도 있지만 오랜 세월 정원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항상 곁에 두고 보고 즐긴다는 동기가 있어야 옥상녹화가 제대로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는 시공만 했지 관리예산이 없다”며 “시공과 같은 정도로 사후관리 예산이 있어야 방치되지 않고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외국의 옥상녹화

    선진국의 건축물 녹화 관련 정책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내용이 많다.

    영국 런던과 스위스 베셀은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독일의 녹지개념은 건축물을 지으면서 땅을 훼손한 만큼 지붕에라도 그 만큼 회복하라는 사고가 깔려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도심공해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부터 옥상녹화를 시작했다. 이미 16만여 ㎡의 면적에 옥상 녹지대를 형성했다.

    미국의 포틀랜드는 새로 짓는 관공서 건물 옥상 면적의 70% 이상을 녹지대로 조성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했다. 시카고도 옥상 녹화를 갖춘 건물에 대해서는 용적률 제한을 완화해주는 한편 설치비용을 보조해주고 있다.

    일본 도쿄는 옥상녹화 시범사업지구를 지정하고 1000㎡ 이상의 대지에는 옥상의 20%를 녹화 의무화하도록 하고, 이에 따라 용적률 완화와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학수 기자leeh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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