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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로제타 플랜’ 자발적 참여하자- 김재익(논설위원)

청년실업 문제 해결하려면 ‘청년 의무고용’에 관심 가져야

  • 기사입력 : 2013-11-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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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가 1999년 감독한 영화 ‘로제타’는 당시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소재로 했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18세 소녀 로제타는 홀어머니와 가난하고 고된 삶을 살면서 무엇보다 평범한 일자리가 절실하다. 그녀는 열심히 일하지만 번번이 직장에서 해고되어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청년실업자의 생활을 감동적으로 다뤄 그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벨기에 정부는 이를 계기로 실업문제에 대해 더 깊은 고민에 들어갔다. 벨기에는 90년대 말 청년실업률이 22.6%로 유럽 전체의 4~5%보다 훨씬 높았으며, 1998년에는 졸업 후 6개월 이내인 13만3000여 명 중에서 절반이 넘는 7만2000여 명이 실업 상태였을 정도다. 벨기에 정부는 영화 로제타에서 착안한 ‘로제타 플랜’이라는 새로운 청년실업정책을 수립한다. 로제타 플랜의 핵심은 50인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는 기업들은 매년 전체 정규직 노동자의 3%만큼 청년실업자들을 추가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어제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었다. 대학 진학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여러가지 선택 중의 하나이지만 삶의 방향을 크게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임에는 분명하다. 이런 중요한 선택을 앞에 두고 입시를 치르는 고3 수험생들을 보면서 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앞날이 창창한 아이들 앞에 희망을 말하기는커녕 그 무슨 초를 치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향후 경제 여건이나 사회현상은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4년 전 희망을 안고 진학해 이제는 취업에 직면한 대학생들이 평범한 일자리를 찾는 것조차 힘든 현실을 맞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9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7.7%로 지난해 같은 달의 6.7%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 청년실업률은 7.7%이지만 구직을 단념한 사람, 취업 준비자, 취업 무관심자 등 사실상의 실업자를 감안하면 청년 체감실업률은 공식 발표보다 세 배는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실업은 청년층에게 제공되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 것도 한 이유이다. 이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나타나는 인력의 미스매칭이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대학진학률로 청년들의 학력은 매우 높아진 반면 이들이 바라는 양질의 일자리는 빠르게 감소하는 것도 청년실업의 원인이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도 로제타 플랜을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은 내년부터 3년간 34세 이하 청년을 3% 이상 의무고용하도록 관련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청년 의무고용만으로는 심각한 청년실업의 해결이 쉽지 않다. 기업들도 어려운 상황에서 청년 의무고용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인 참여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경남도가 올 들어 대학생들의 취업 확대를 위해 도내 기업들과 채용 협약을 여러 차례 가진 것은 바람직한 행정이다. 협약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금융기관에다 진주혁신도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 등 24개 기업·기관과 체결했다. 이의 결실로 경남은행에 채용된 신입행원 60명은 최근 홍준표 지사의 초청을 받아 간담회도 가졌다. 경남도의 청년 취업 정책이 단순히 협약 사진이나 찍는 보여주기식의 전시행정이 아닌 계속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참여 기업들도 경남도에서 추진하니 마지못해 따라오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청년 의무고용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지역 인재를 많이 고용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영화 로제타의 다르덴 감독은 “실직한 노동자는 하층계급이 아닌, 계급을 떠난 사람”이라고 실업자의 절박한 상황을 말한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어느 계층에서도 떠나 있지 않도록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나는 직장을 구할 거야. 나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 영화 로제타에서 주인공 로제타가 독백하는 대사이다.

    김재익(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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