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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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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88) 황강 36 의령군 부림면 유학사~합천군 쌍책면 관수정

유학사 품은 미타산엔 가을이 내려오고 있다
이정표 따라 미타산 향하는 길

  • 기사입력 : 2013-11-13 11:00:00
  •   
  • 합천군 적중면에 위치한 미타산.
    유학사 극락전.
    유학사 오층석탑.
    미타산성.
    죽고리삼존석불.
    관수정에서 바라본 황강.



    가을은 사계절 중에서

    마음의 풍요와 여유가 가장 많이

    묻어나는 계절이다.

    오색 단풍이 물들며 떨어지는 풍경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농부는 여름내 땀 흘린 들판에서

    풍요로움으로 가을을 거두어

    창고에 벼를 가득 채워 놓았으니,

    겨울이 기다려지는 마음이다.

    세월의 기차는 계절을

    바꾸어가며 떠나가고 있다.

    세월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으니

    열심히 살아야 한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가지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내려놓는다.

    고은 시인도 그것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 단숨에

    80여 편의 주옥같은 시를 썼다고 한다.

    떠나가는 가을이 주는 행복한 고마움이다.



    ▲ 유학사·미타산·미타산성

    적중면 두방마을 돌담길을 나와 미타산 가는 길에 유학사 이정표를 보고 들어갔다. 고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절집 주차장에는 느티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뒹굴고 있었다. 절집으로 오르는 돌계단에서 도종환 시인의 시 ‘단풍드는 날’ 한 구절이 떠올랐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유학사는 통일신라 초기에 창건된 사찰이라고 전하며 가야산 해인사의 말사이다. 창건 당시에는 미타산의 9부 능선에 있었으나, 조선시대 태조의 왕사를 지냈던 무학대사가 절집의 위치가 풍수지리상으로 맞지 않는다고 했다는 말이 전한다. 미타산의 지형이 날아가는 학의 형상인데 옛 절터는 학의 머리에 해당하는 자리였으므로 적합하지 않아 학이 절을 품고 있는 것과 같은 형상을 한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사찰의 이름도 학이 절을 품고 있다는 뜻으로 유학사이다. 그 뒤 1780년(정조 4년) 4월에 전각을 중수해 극락전을 중심으로 만세루·칠성각·요사채 등이 있다.

    여름날 붉게 핀 꽃 무릇이 가득한 마당을 지나 배롱나무 꽃이 드리운 극락전에서 석가여래좌상을 만난다. 이불상은 조선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것이며 경내에는 5층 석탑과 석등이 있다. 유학사 뒷편 계곡길을 따라 좁을 길을 올라가면 마을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데 옹기종기 네 집이 살고 있는 한적한 묵방마을이 있다.

    유학사에서 풀을 베고 있던 김종돌(54) 씨에 따르면 스님이 한 분이라 절집 관리가 어려워 늘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도시에서 살다 고향 묵방마을에 20여 년 전 귀농해 살고 있다고 했다. 유학사 극락전에서 산사를 고즈넉하게 울리는 청아한 목탁소리와 염불소리를 뒤로하고 미타산으로 향했다.

    미타는 불가에서 아미타의 다른 말로 서방 정토에 있는 부처를 뜻한다. 미타산은 불가와 관련되는 사연이 있을 법한데 찾을 수가 없었다. 미타산은 의령군 부림면 소재지에서 미타로2북길을 따라가다 월전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편리하다. 산길을 따라 미타산까지는 3.9㎞ 약 10리길이다. 2시간쯤 땀을 흘리면 근래에 복원된 미타산성이 있고, 성을 지나 잡목이 우거진 길을 200m쯤 가면 미타산 정상석이 반겨준다.

    미타산 정상석의 아름다운 글씨는 경남도청 공보실 윤판기 사무관이 쓴 것이다. 윤 사무관은 특유의 필체로 한우산, 자굴산, 남덕유산, 무륭산 등의 정상석 글씨도 썼다. 미타산은 해발 662.1m로 산세와 조망이 아름다운 명산으로 봄에는 진달래가 장관을 이뤄 등산객의 발걸음을 즐겁게 한다.

    미타산 9부 능선의 남서 방향으로 미타산성이 2㎞ 정도 복원돼 있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김유신 장군이 백제군과 성열성(미타산성)이 싸웠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때 축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상 인근에는 조선시대 통신수단인 봉수대 자리가 있는데 숲이 우거져 있었다. 미타산성 안에 있던 절터에는 약 4년 전에 미타사라는 작은 절집이 생겨났다. 극락전과 산신각, 요사채가 있었다. 요사채에 들어가니 부산에서 왔다고 하는 도안 스님이 차와 간식을 내왔다. 옅은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앞에 놓고 창문으로 보이는 풍광은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별다른 표현 방법이 없었다.

    미타사를 나오면 미타산성 인근에 20년 전 병을 고치러 왔다가 2010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방 2칸짜리 오두막에 김옥천(78)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었다. 지나가는 등산객도 들어오지 않는다며 사람이 그립다고 했다. 작은 방이 있으니 군불만 지피면 되니 쉬어가라며 산에서 주워 놓았던 밤을 내놓았다. 다음에 오겠다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임도를 따라 내려서니 월전마을 부근에 옛 묵방초등학교를 절로 개조한 불관사가 있었다. 노승이 수북이 쌓인 낙엽을 쓸고 있었다. 가을이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 죽고리삼존석불·관수정

    적중면 죽고리삼존석불을 찾아가려고 문화재청 홈페이지 자료에 나와 있는 적중면 죽고리 산 101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하고 갔더니 콘크리트 벽돌공장 부근으로 안내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찾을 수가 없어 택시나 길 가던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모두 금시초문 이라는 표정이었다. 콘크리트 벽돌공장으로 들어가 물어보니 일을 하고 있던 직원이 일손을 멈추고 가끔 불상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영 다른 곳으로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한참을 헤매다 불상을 찾아 인근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정확한 주소가 죽고리 30-1이라고 했다. 경상남도(2011) 발행 문화재 목록이나 합천군청 홈페이지에는 죽고리 산37, 산40으로 돼 있다. 죽고리삼존석불의 위치 주소 수정이 필요하다.

    주민의 말에 따르면 옛 절터에 있던 불상이 현재의 위치로 옮기고 그 자리에는 지주가 조상의 묘지를 옮겨왔는데 불행이 닥쳐 이사를 했다고 한다. 석조삼존불상으로 중앙 불상은 앉아 있고 좌우에 있는 보살상은 서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중앙에 있는 불상은 결가부좌한 비로자나불좌상으로 높이가 160㎝이며, 좌우에 서 있는 불상은 120㎝ 정도이다. 중앙에 있는 불상은 곱슬머리에 육계가 큰 편이며, 얼굴은 마멸이 심해 알아보기 힘들지만, 전체적으로 둥글고 살이 많으며 온화한 표정으로,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입이 작은 것이 특징적이다. 어깨가 둥근 장대한 체구에 대의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는 편단우견으로 보이는데, 왼쪽 어깨에서 흘러내린 가사자락이 무릎 위에 있는 표현이 특이하다. 손모양은 가슴 앞에서 두 손을 모아 오른손의 검지를 곧추세워 왼손으로 감싼 비로자나불 고유의 지권인을 하고 있으며, 양 손의 상하가 바뀐 것은 경주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이나 광주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에서도 볼 수 있다. 불상의 목이 잘려 붙인 흔적이 있었다. 이 삼존불상은 통일신라 9세기 말에서 10세기 초에 이르는 시기에 조성된 상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건너편으로 유유히 흐르는 황강이 보이도록 불상을 막고 있는 대나무 숲을 정리 했으면 좋겠다. 죽고리에서 황강을 건너 쌍책면으로 들어서면 성산마을 황강 절벽 위에 세워진 관수정이 있다. 관수정을 세운 시기나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기묘사화로 화를 입은 이봉서가 고을 북쪽 황강 변에 지은 정자로 추정하고 있다. 정자는 앞면·옆면 2칸 규모로 앞 쪽에 마루를 둔 형태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팔작지붕으로 꾸몄다. 정자에 앉아 황강을 바라보면 주위 경관이 매우 아름다워 경치 좋기로 이름난 곳이다. 푸른 버드나무와 흰 모래는 황둔진에서 제일가는 명승으로 꼽힐 만 하다. 성산마을에는 기념물로 지정된 성산느티나무와 옥천정사 등 고풍스런 한옥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맛집

    ◆유성숯불가든: 대표 류용해. 합천군 쌍책면 황강옥전로 1570. 삼겹살, 돼지갈비, 등심, 정식(6,000원). 옛날부터 음식 맛은 장맛이라고 했다. 환갑을 갓 넘긴 주인이 이 지역에서 나오는 우리 콩으로 햇살 좋은 장독에 담근 된장으로 찌개를 끓여내는데 그 맛에 반해 다시 찾아갔다가 밥맛이 좋아 두 그릇이나 비우고 왔다. ☏ 055)932-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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