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열린포럼] ‘원화 한류’를 기다리며- 옥성수(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

원화 결제 확대땐 환리스크 축소와 거래비용 절감효과 기대

  • 기사입력 : 2013-11-14 11:00:00
  •   



  • 10월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의 경상흑자는 총 422억2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일본의 415억3000만 달러를 제쳤다. 이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편 10월 기준 외환보유액은 3432억3000만 달러까지 증가해,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은 이러한 한국경제의 실적을 바탕으로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경제를 믿는 마음이 반영된 측면도 있어 가슴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약간의 뿌듯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원화가치의 상승은 수출업체들에게는 바로 수주물량의 감소와 채산성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하반기 들어 다른 통화들에 대한 원화가치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6월 이후 5개월간 달러, 엔, 위안화 등에 대해서는 약 10% 가까이 상승하고, 인도네시아 루피에 대해서는 약 20% 상승하고 있다. 달러 환율이 1155원 수준이었던 6월 24일 미주지역으로 10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부산의 자동차부품업체는 11억5500만 원의 수입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이 업체가 달러 환율이 1060원인 11월 8일 100만 달러의 대금을 수령해 원화로 환전한다면 손에 쥐는 돈은 10억6000만 원이 된다. 앉은 자리에서 5개월 만에 수출대금의 거의 10%에 달하는 9500만 원의 평가손이 발생하는 것이다. 환율변동으로 인한 이런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제공하는 수출보험 가입, 파생상품시장에서 선물환계약을 통한 환리스크 헷지 등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원화로 수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면 기본적으로 환율변동으로 인한 수익성 불안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UAE(54억 달러), 말레이시아(47억 달러)와 통화 스왑 협정을 맺었고 호주와 조만간 통화 스왑을 추진하고 있다. 종전까지 통화 스왑이 위기에 대비해 달러를 확보해 두려는 목적이 강했던데 반해 이번 통화 스왑은 서로 자국 통화로 교환하는 LC(Local currency) 통화 스왑 방식을 통해 무역 결제 기능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08년 12월 중국과 체결한 560억 달러 상당의 한·중 통화 스왑도 위안화와 원화 간 스왑 방식이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는 지난달 25일 공식석상에서 “중국이 23개국과 스와프를 맺어 위안화 시장을 만든 것처럼 최근 3건의 통화스와프 체결은 원화 국제화란 큰 길에서 작은 걸음을 뗀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가 있다. 한국은 한 해 수출입이 1조 달러를 넘는 세계 8위 무역대국이지만 원화 국제화가 이뤄지지 않아 무역대금의 결제에 막대한 거래비용을 부담해 왔는데, 이제 원화 결제가 확대되면 환리스크 축소와 더불어 거래비용 절감효과도 기대된다.

    원화의 국제화란 우리나라 통화인 원화가 가치저장수단과 지급결제수단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원화가 결제수단으로 인정을 받는 것과 가치저장수단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외국의 수출업자가 원화로 수출대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그 원화를 투자할 수 있는 국채시장이 획기적으로 확대돼야 할 것이다. 미국 달러화의 경우 발행액의 40~60%가량이 외국에서 국제화폐로 수요되고 있다고 한다. 원화발행액 중에서 국제화폐로 통용되는 금액이 증가하는 만큼 국채시장이 확대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국채시장에 외국투자자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국내 자본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는 것이고, 국채시장에서 발생한 유동성은 각 단계의 금융시장으로 파급되어 전체적인 금리인하를 가져오는 ‘원화국제화 특수’가 기대된다.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시뇨리지(Seigniorage) 효과’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가치저장수단, 지급결제수단으로 널리 인정하여 원화의 국제화가 나날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보다 낮은 인플레이션과 보다 낮은 환율변동성은 필수적이다. 이 또한 정책당국에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지만 국민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덧붙여, 원화의 국제적 통용으로부터 오는 국민적 자부심은 그 가치를 얼마로 셈할 것인가?

    2013년 11월, 세계경제는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며 시계가 불투명하다. 불투명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원화 한류’를 기다린다.

    옥성수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