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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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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수능, 새로운 시작일 뿐- 이두애(시인)

  • 기사입력 : 2013-11-1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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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맘 때면 부모라는 자리가 두렵고 힘들다. 수능이 끝나고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이 보도되고 있다. 세월이 가도 여전히 수능비극이 줄을 잇는다. 아이가 고등학교 2차 면접을 보기 위해 오전 10시에 집을 나서 온종일 걸렸다. 기다리는 동안 ‘본인은 오죽할까’ 하면서 신문을 뒤적이며 면접이 끝나길 기다렸다. 수능 가채점에 실망한 여고생이 자살한 기사며, 부정행위, 교통사고, 에피소드가 한 지면을 차지했다. 입시전쟁의 잔해이다. 성적은 행복 순이 아닐 뿐 수능은 하나의 관문이다. 미래를 향한 희망, 꿈을 품고서 밟아가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순간, 배유안 작가의 장편소설 ‘스프링벅(springbuck)’이 스쳐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잊어버린 채 앞다투어 달리기만 하는 스프링벅 이야기,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평범한 모범생을 대리시험과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부모와 경쟁사회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한다. 과외 선생님을 통해 죽음의 비밀이 밝혀진다. 어머니가 과외 선생님께 대리시험을 부탁했고, 죄책감에 시달리다 끝내 모범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었다. 어머니도 자책하다 못해 생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다. 한 가정이 입시로 인해 잃은 게 너무 많은 이야기다.

    30년 전 학력고사를 보던 날이 기억난다. 어머니께서 아침에 찰밥을 해 주시고 대문을 나설 때 연탄집게를 넘어가게 했다. 어머니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실수는 덜 해야지, 잘 쳐야지 하는 마음으로 대문을 나섰다. 나 역시 우리 아이에게 찰밥을 해서 먹이고, 떡을 먹게 하고 미역국을 피했다. 아이의 노력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부모의 정성이다.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보름달을 쳐다보며 간절한 바람을 빌기도 하였다. 그 당시는 조급했을지라도 지금은 잔잔한 학창시절 추억으로 기억된다.

    수능을 마치고 고사장을 나서는 학생에게 인터뷰를 하는 뉴스를 보았다. 지금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으니 “집에 가서 엄마를 안아주고 싶어요”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순간 그 여학생은 정말 예뻐 보였다. 저렇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니 뜻밖이었다. 얼굴도 예쁜 데다 공부도 잘할 것 같았다.

    또 그런 딸을 둔 어머니는 얼마나 흐뭇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동안 고3 어머니들도 학생 못지않은 수험 생활을 하였다. 부모님 마음고생도 감싸줘야 하겠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수능이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1위는 성형, 염색, 외모관리이다. 다음은 잠자기, 운전면허증 따기, 아르바이트, 여행 순이라는 기사도 본 적 있다. 이렇게 다 해보는 시간도 가져보자. 극단적인 생각보다 조금만 여유를 가졌더라면 자살이라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어렵겠지만 공부도 즐기고 시험도 즐기는 여유를 가져야 될 것 같다. 정말 삶의 속도를 늦추는 느림의 미학도 배우면서 인생을 설계해야 될 것 같다. 좀 넓은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진지하게 세상을 살아가길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옛날 대리시험이 낯설지 않았던 시절에서, 현재는 첨단 디지털기기를 동원해 대리시험자의 답안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기법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아지고 목숨을 끊는 아이가 늘어가고 있다. 미안하고 안타깝다. 시험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는 시험을 치르고 있는 현실이다. 세상은 편해지고 풍요로워지는데 꿈은 무엇을 쫓듯 쫓기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헤매고 있다.

    교육의 목표는 인간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불편이 없도록 배우는 것이다. 즐거워야 한다. 조금만 느리게 판단하자, 입시는 시작일 뿐이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누구에게나 ‘지금’이 가장 난이도가 약한 시험이고 가벼운 현실이다. 앞으로 있을 시험은 더욱 힘든 시험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삶의 무게도 감당할 만큼 가중된다.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이자.

    이두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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