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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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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농사 짓지 않는 농협 조합원

“조합 정체성 훼손” vs “사회 변화 맞춰 새롭게 봐야”
농업인 15년 새 31% 줄었는데 조합원 수는 24% 증가
조합장 등 임원 선거철만 되면 ‘무자격 조합원’ 논란

  • 기사입력 : 2013-11-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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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협조합원 A(47·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씨는 지난 11일 ‘농업인의 날’ 조합원에게 제공되는 농협상품권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수령하는 이해 안 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당시 상품권을 수령해간 사람들은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B(57·창원시 의창구 동읍) 씨는 지난해 농협조합원이었던 부친이 사망하면서 농지를 모두 매도했다. 그러나 해마다 아버지 앞으로 나오던 선물은 지난 설과 추석에 그대로 받았다. B 씨는 “사망한 조합원에 대한 별다른 확인 절차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농업협동조합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2일 농협에 따르면 지난 1998년 전국적으로 197만2000여 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지난 9월 245만8000여 명으로 24.6%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농업인구는 440만 명에서 300만 명 이하로 31.8%가 줄었다. 또 조합당 조합원 수에 대한 준조합원(농업에 종사하지 않지만 지역농협 사업을 이용함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의 비율은 2000년 2.6배에서 2011년 5.9배로 증가하는 등 농협법상으로 정하는 조합원 자격을 가진 인구는 점점 줄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도시화에 의해 지역마다 농업인과 비농업인의 혼재가 늘고 농작물 생산에서 마트 등 신용사업으로 경영기반이 이동하는 데 따른 사회적 현상으로 분석된다.

    신인식 농협대학 교수는 “조합원 자격에 대한 법적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지역조합 설립 및 유지의 기준이 되는 조합원 수 부족현상이 나타나는 곳이 많아진다”며 “사회 변화에 맞는 조합원 자격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농업협동조합 조직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비영농 조합원에 의해 조합설립 목적이 왜곡될 수 있으며 농업인 조합원의 배당금이 감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장이나 대의원 등 임원 선거철이 다가오면 후보자들이 무자격자들을 조합원으로 대거 가입시켜 표를 확보하는 등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도내 한 농협 대의원은 “일부 지역농협에는 사망하거나 토지를 팔고 영농을 중단한 조합원이 상당수다”며 “2015년 3월에 있을 농협 전국 조합장 동시 선거를 앞두고 무자격자에 대한 엄격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농협법에서 정하는 조합원 자격은 △1000㎡ 이상의 농지를 경영 또는 경작하는 자 △1년 중 90일 이상을 농업에 종사하는 자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농업인으로 일정 기간 계속적·반복적으로 직업으로 농업 활동을 해야 한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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