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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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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웰빙(wellbeing)을 위한 웰다잉(welldying)- 조재은(소설가)

  • 기사입력 : 2013-11-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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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맥도날드 할머니의 쓸쓸한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짠하게(진실을 말하자면 ‘불편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 이름에서조차 슬픔이 묻어나는 ‘고독사’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그 과정에서 2000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60세 이상’ 독거노인의 비율이 점차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의 무관심과 가까이 있어도 자신의 일상에 바빠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이웃들의 냉담함 속에서 노인들은 홀로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60세’에 방점을 찍지 않아도 될 만큼 그것은 세대를 초월한 21세기 한국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무려 6년 만에 백골만 남은 채 보일러실에서 발견된 50대 남성, 6개월 만에 방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40대, 오랜 시간 동안 먹지 못해 서서히 굶어 죽은 30대 여성의 죽음 등 이른바 ‘젊은 고독사’의 출현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할머니의 죽음이 있은 후 이러한 고독사의 사례들이 많이 보도되었다.

    그리고 불과 1~2주 만에 잊혀졌다. 연이어 터지는 각종 정치 스캔들과 연예인의 열애설 속에서 한 노인의 죽음은 한낱 불온한 풍문쯤으로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러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모두 같은 방식으로 죽지는 않는다. 바야흐로 웰빙(wellbeing)의 시대라고들 한다. 그 웰빙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역설적으로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welldying)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떠했는지는 그 사람의 죽음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스크루지 영감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것도 바로 그것이다. 역으로 한 사람의 죽음은 그 주변인들의 태도와 인생도 더불어 보여준다. 그리고 때에 따라 한 인간의 죽음은 그가 속한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버려진 채 홀로 쓸쓸히 죽어간 타인의 죽음을 치열하게 대면하고 돌아봐야 할 것이다. 나의 삶 속에 타인의 죽음이 포함되어 있다는 그 당연한 이치를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의 죽음 역시 타인의 삶과 기억에 새겨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고독하게 죽어간 한 타인의 죽음이 나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현대인의 그 냉담함과 철저한 무관심이 웰빙의 가장 큰 적이라는 것을 문득 알게 됐을 때, 우리는 얼마나 ‘홀로’ 고독해질까? 그 고독의 깊이가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지도 모른다.

    최대한 서로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간섭하지 않는 것, 그래서 타인과 나의 사생활을 동시에 보호받고자 하는 개인주의적 태도가 이 시대의 자명한 윤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나 역시 이러한 개인주의의 장점에 깊은 공감을 하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타인의 공간을 존중하는 것과 무관심은 매우 거리가 멀다. 타인의 사생활 보호를 마치 이웃에 대한 무관심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오해와 편견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또한 고독사가 한 개인과 그 주변인들의 문제라고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독사’라는 명칭과 그에 대한 담론은 이미 풍성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홀로 죽어가는 이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고독사 문제는 그야말로 ‘군중 속의 고독’이 되어버렸다. 윤리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이다. 철학자 레비나스는 타인의 고통에 찬 얼굴을 대면할 때 비로소 윤리가 싹튼다고 말했다. 즉 거창한 철학적 사색과 담론이 아니라 실천적 행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타인의 죽음을 돌보지 않으면 ‘wellbeing’도 ‘welldying’도 할 수 없다. 사실 고독은, 죽은 자가 아니라 고독한 주검을 목도하는 남겨진 자들의 것이므로.

    조재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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