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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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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대한 사람, 대한으로- 조규형(재외동포재단 이사장·전 주브라질 대사)

‘재외동포’를 민족의 영광 함께 만들어 나갈 동반자로 생각해야

  • 기사입력 : 2013-12-0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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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이 1948년 아랍 국가들의 위협 속에서 국가건설을 선언한 이후 국가 존망이 걸린 두 번의 결정적인 전쟁을 치르게 되는데 1967년 6월의 6일 전쟁과 73년 10월 전쟁이다. 이 두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시리아를 주축으로 하는 압도적인 수적 우위의 아랍 연합군의 침략을 격퇴했다. 아랍세계는 더 이상 군사력으로 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인식했고, 결국 1977년 이집트·이스라엘 정상회담을 통해 이스라엘은 국가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됐다. 그리고 전쟁 발발 시 해외에서 많은 유대계 젊은이들이 참전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달려간 것은 잘 알려진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해외에서 영주권을 가지고 살면서도 고국으로 돌아와 병역의무를 다하는 해외동포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해외 영주권자의 자진입대 희망자를 위한 ‘영주권자 입영’제도가 2004년 실시된 이후 외국 영주권을 취득해 병역을 면제받았지만 자진입대한 젊은이가 1000명을 넘었다.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도 극히 일부이긴 하나 군 복무를 피하기 위해 부당한 방법을 쓰는 젊은이들이 있는 요즈음 병역의무가 면제되었음에도 군 복무를 자원하는 것은 한민족으로서의 자긍심과 깊은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원입대하고자 귀국한 재외동포 젊은이들과 대화를 해보면 군 생활을 통해 조국에 대한 자부심, 정체성을 얻기 위해 입대한다고 말한다. 많은 경우 부모님들의 권유가 있었다고도 한다. 실제로 훈련 중인 국외 영주권자들을 대상으로 입대동기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인으로 인정받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촌 170여 국에 퍼져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이 각자의 거주국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는 애환과 그들의 성공담은 늘 우리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특히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젊은이들은 ‘나의 뿌리는 무엇인가’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늘 안고 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고, 넘어야 할 숱한 고비가 눈앞에 펼쳐지는 시기에 고국에서 병역을 이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닐 테나 이들이 자원입대한 것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얻은 결단이요 용기의 산물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외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관계로 우리말도 서툴고, 거기다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기도 쉽지 않은 것을 알면서 군 생활을 지원하는 그들이 정말이지 대견스럽다. 물론 군복무를 하지 않은 영주권자들이 한국에서 취업이나 경제활동을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최근 한류 붐을 타고 젊은 재외동포들의 고국체험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군 복무까지는 아니더라도 방학을 맞아 병영체험을 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재외동포사회의 젊은이들이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조국을 알기 원하고 우리 공동체의 일부가 되기 원한다는 표시이다.

    이제 재외동포사회도 변화의 시점에 다다르고 있다. 이민 1세대들이 점차 현역에서 은퇴하고, 2~3세들이 그 자리를 물려받고 있다. 현지에서 교육받고 현지문화에 익숙한 그들은 창조적인 변신을 통해 거주국의 주류사회로 진출하며 새로운 모습의 동포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700만에 이르는 재외동포들을 국가자산으로 삼아야 할 이때 많은 젊은이들이 모국에 대해 깊은 뿌리의식을 지니고 정체성을 굳건하게 지키고자 노력한다는 사실이 여간 반갑지 않다.

    국내든 해외든 어디에서 사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한민족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어디에서 살든 우리 한민족 공동체의 일원이요 자랑스러운 대한국민인 것이다. 이제 재외동포를 그저 바다 멀리 떨어져 사는 동족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존하세’를 힘껏 부르는 그들을 민족의 영광을 함께 만들어 나갈 동반자로 보아야 한다.

    조규형(재외동포재단 이사장·전 주브라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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