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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김연동(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3-12-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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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보고 환경문제, 인구문제, 에너지, 식량 등 난제들을 단위 국가 차원이 아닌 전 인류 차원에서 협력하고 풀어나가자는 것이 글로벌리즘(globalism)이다. G20 회원국이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는 이러한 일련의 일들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한동안 ‘새우 의식’에 사로잡혀 기를 펴지 못했던 우리가 지금은 돌고래쯤으로 평가받아도 낯 붉히지 않을 만큼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18년 전 호주에 처음 갔을 때 공항 화장실의 청결함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는 강렬했다. 우리 주변의 불결함에서 오는 부끄러움보다 선진 문명국과의 거리에서 오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이러한 생각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듯 성장을 거듭한 덕분에 서구 문명국보다 더 세련된 국제공항을 우리도 갖게 되었고, 이 땅 곳곳에 말끔한 공공시설물이 들어서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선진 문명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우쭐한 생각을 하며 우리의 저력과 가능성에 신뢰를 보내게 되었다. 이제 먹는 것부터 입는 것에 이르기까지 가난에서 벗어나 잘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보다 외국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외치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꽉 차 있던 내 것에 대한 자학적 폄하의식도 여러 방면에서 털어버린 듯이 보인다.

    우리가 만든 스마트폰이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고, 국산 자동차가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고, 국산 화장품이 중국 관광객의 싹쓸이 대상 상품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이제 조선과 철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1등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기고 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자라는 대중문화와 예술의 선전도 걸맞게 이루어지고 있다. k-pop이 그렇고, 사물놀이, 난타 등이 그렇다. 쓰러질 것만 같던 우리의 영화가 창조적 성장을 통해 세계 2, 3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사회를 이루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동안 소외된 전통문화예술 분야에도 집단지성의 관심과 눈길이 절실하다. 우리의 자랑할 만한 것들을 찾아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고 창조경영과 연계지어 나가야 한다. 국악, 서화, 민속예술, 전통문학은 말할 것도 없고 선비정신 등의 창조적 접목으로 무한한 지적 정신적 자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방행정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되고 엄청난 사회적 자산이 사장되고 있는 곳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그동안 많은 개선이 있었고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문화 예술분야에 대한 행정과 정치권의 고루한 생각은 선진사회라 일컫기에는 너무 치사하게 보인다.

    이러한 부분에 일찍 방향을 잡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온 일본의 경우는 달랐다. 20세기에 접어들기 전부터 이미 자국의 문화예술을 서구에 알리기에 힘써 왔다. 그런 결과 일본의 전통시가인 하이쿠가 1930년대의 서구 이미지즘에 영향을 끼쳤고, 세계인을 하이쿠 동호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사례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

    요즘 들어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전통시가인 시조는 어떤가? 제대로 번역된 시조집 한 권 없다. 국민적 관심사가 노벨문학상에 쏠리면서 가장 민족적이고 토속적인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노벨상문학상의 성격상 전통 장르인 시조에 은근히 기대를 걸어보기도 하지만, 번역 작품집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는 분야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이제 우리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눈은 잘 만들어진 제품보다 우리 민족의 영혼이 살아 숨 쉬고 살냄새 전 전통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는 선진국임을 명심하자.

    김연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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