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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에너지절약, 실효성 확보가 관건- 이창호(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 기사입력 : 2013-12-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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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년 전부터 겨울철에 전력수요가 높아지는 소위 ‘동계피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냉방기기의 보급과 더불어 통상 여름철에 피크수요가 발생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피크 발생 시기가 여름, 겨울 두 차례로 바뀐 것 같다.

    올여름 전력수급을 탈 없이 넘긴 게 바로 얼마 전인데 또다시 겨울철 전력수급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최근 원전이나 화력발전의 고장정지가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력소비 패턴은 2000년대 후반 이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전력소비는 전기기기의 보급 확대나 신기술 확산,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냉난방, 공정에서 석유 가스수요가 전력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겨울철 전력수요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석유가스에 의존하던 난방연료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관리가 편리한 전기로의 전환이 확산되면서부터이다. 이렇게 연료전환이 이루어지면 설사 연료 간의 가격불균형이 시정된다 하더라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다. 이미 설치한 전기난방시설을 단기간에 교체하거나 새로운 보일러를 설치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원인은 여러 가지이나, 가장 큰 요인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중화학 등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이다, 최근 전력수요를 보면 가정이 13%, 상업 공공 등 업무용이 33%, 산업용이 54%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60% 수준이던 산업용은 2005년 50%까지 줄었으나 다시 늘었고, 업무용의 비중은 20%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결국 전력소비 증가의 많은 부분이 전기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일부 산업체와 대형빌딩이나 시설에 기인한다 하겠다.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은 이러한 전기 다소비자의 난방수요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절감하고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동안 정부는 에너지 관련 국가계획을 세울 때마다 의욕적인 에너지절약과 수요관리 목표를 설정해 왔다. 이러한 정책목표가 제대로 이행되려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시행방안, 즉 법제화와 기반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도 국가계획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계획을 아무리 잘 만들더라도 상응하는 시행 프로그램이 받쳐주지 못하면 결국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전기 다소비자에 대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토록 하게 해야 한다. 즉 적정수준을 초과하는 소비에 대해서는 그로 인해 유발되는 추가비용이 반영되는 요금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 건물이나 산업체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에너지를 지금처럼 사용하는 구조에서는 에너지절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에너지절약형 요금제도에서 소비에 상응하는 가격신호를 통해 전력 과소비를 억지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산업 및 업무용에 대해 표준화된 소비기준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요금체계를 개선한다면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유인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소비 증가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력수요 절감목표를 설정하고 법제화하는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만약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다면 에너지절약의 효과가 높아짐은 물론, 고효율 기기나 절전형 건물과 같은 에너지 절약기술의 보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단계인 에너지 진단, 에너지관리 컨설팅, ICT 기반 수요관리 등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해마다 되풀이되는 전력수급 불안과 국가 에너지 문제를 단순한 고통과 불편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새로운 길이자 에너지산업의 기회로 발전시켜 나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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