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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 해원상생(解怨相生)- 원한을 풀고 서로 함께 살아가다

  • 기사입력 : 2013-12-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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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인의 존경을 받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가 96세로 세상을 떠났다.

    만델라는 1918년 남아공의 음베조에 있는 작은 마을 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1941년 24살에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 법학과에 입학했는데, 당시 유일한 흑인 학생이었다. 대학에서 인종차별의 현장을 몸으로 느끼면서, 아프리카 민족 해방주의에 눈을 뜨게 됐다. 그는 1944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가입했다.

    1952년에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변호사사무소를 열고 인종차별정책 등에 반대하며 비폭력 저항운동을 계속 펼쳤다. 1961년 경찰이 흑인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해 69명이 사망하고 180여 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만델라는 큰 충격을 받았다. ANC 부의장을 맡고 있던 그는 그동안의 비폭력 저항을 포기하고 태업 등 보다 적극적인 저항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1964년 6월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법정에 선 만델라는 “나는 모든 사람들이 조화롭게 살고, 똑같은 기회를 누리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에 대한 이상을 마음속에 지녀왔다. 이런 꿈을 이룬 데서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법원은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는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 로벤섬에서 18년을 보낸 후 내륙의 폴스무어 교도소로 이감됐다. 이감된 뒤에도 9년간의 수감생활을 더했다. 그동안 남아공의 학생들은 인종차별정책에 적극적으로 맞섰다. 수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고 흑인들의 저항은 계속됐다.

    감옥에서 외롭게 싸워 왔던 만델라를 향해 세계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988년 영국 런던 웸블리 경기장에서는 7만2000여 명이 모여 콘서트를 얼였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시청했던 이 자리에서 사람들은 ‘만델라를 석방하라’는 노래를 불렀다. 전 세계가 남아공에 대한 압박을 더해오자, 1990년 2월 11일 만델라는 교도소에서 석방됐다. 71살 때였다.

    1993년 만델라는 남아공 전 대통령 데클레르크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5개월 뒤 남아공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종이 참여하는 투표가 실시됐고, 만델라는 압도적인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 전 세계 기업을 유치하는 등 남아공을 발전시켰다. 1999년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그는 중동평화, 에이즈 문제에 대한 세계인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27년간의 감옥생활에서 석방되자 아프리카 민족회의 동지들이 몰려와 ‘무력으로 백인정권을 타도하자’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만델라는 복수심에 불타는 동지들 앞에서 “백인들이 우리나라를 발전시킨 업적에 대해서 감사한다”는 전혀 엉뚱한 말을 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백인 가해자들을 처벌하자’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그들을 용서한다. 그러나 잊지는 않는다”라고 말하고, ‘국민통합 및 화해 촉진법’을 만들었다. 과거에 흑인을 탄압했다고 해서 백인을 한 사람도 처벌하지 않았다.

    만델라는 민주선거에 의해 최초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백인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을 부통령으로 임명했다. 바로 관용과 화해였다.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어 다시 보복의 정치를 했다면, 남아공은 피비린내 나는 내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고, 오늘날의 발전은 도저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남북 문제, 한·일 문제, 여야 문제, 지역 문제 등 갈등은 끝이 없다. 대의(大義)에 입각해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상대를 이해하고 끌어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가 살 수가 있을 것이다.

    * 解: 풀 해. * 怨: 원망할 원(寃: 원통할 원). * 相: 서로 상. * 生: 날 생.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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