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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 이불- 김일태

  • 기사입력 : 2013-12-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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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집 정리를 하고

    기거하시던 자리에 누워

    어머니 백오십 단구 감싸던 이불을 덮는다



    동생과 내가 모아 드린 크기 다른 수건

    요리조리 잘 놓아 키에 맞춘

    알록달록 조각보이불



    가슴을 덮으니 발목이 나오고

    발목을 덮으니 가슴이 서늘하다



    시부모살이 육남매 바라지

    단 한 번 넉넉한 때 없이

    조각조각 잇대고 기워 사신

    어머니 일생 남긴 저 한 문장



    온기 떠나고 비릿하게 살 냄새만 남은 안방

    빛바랜 사진이 굽어보는 바닥에서

    닿을 수 없어 더 아득한 쉰 해 전으로

    고치 짓듯 몸 웅크려 파고든다

    -시집 <코뿔소가 사는 집> 중에서



    ☞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는 시입니다. ‘시골집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조각보이불’, 가난하셨고 알뜰하셨고 자식을 위해 헌신하셨던 어머니의 유품입니다. 자식을 키울 동안 늘 가난했던 어머니는 형편이 좀 나아진다 해도 변함이 없습니다. 물건을 아끼는 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마음가짐에서 생겨나겠지요. 조각보이불은 시인의 어머니가 ‘일생 남긴’ ‘한 문장’입니다. 가난도 ‘조각조각’ 잘 ‘잇대고 기워’ 놓으면 이렇게 슬프고도 아름다워집니다.

    그 이불을 덮고 시인은 어머니의 자리에 가만히 누워봅니다. 어머니의 공간을 더듬으며 어머니의 흔적을 느끼고자 합니다. 그러나 ‘가슴을 덮으니 발목이 나오고/ 발목을 덮으니 가슴이 서늘’합니다. ‘백오십 단구’의 어머니와 동일화를 시도해보지만 이불의 ‘온기’도 어머니의 ‘온기’도 느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심정일 테지요. 마음으로 아무리 끌어당겨도 어머니는 다가오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시인이 다시 어려질 수밖에요. ‘닿을 수 없어’ 아득하지만 ‘쉰 해 전으로’ 돌아가려고 ‘고치 짓듯 몸 웅크’리며 기를 쓰고 있습니다. ‘빛바랜 사진’으로 이런 모습을 ‘굽어보는’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실까요?


    이주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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