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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영남루가 지닌 높은 역사적 가치- 김재익(논설위원)

국보로 재지정해 달라는 지역사회 합의 문화재청은 귀담아들어야

  • 기사입력 : 2013-12-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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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타는 모습을 TV를 통해 보면서 국민들 가슴을 무너져 내리게 했던 국보 1호 숭례문이 5년여 만에 복원됐으나 부실 공사로 인해 다시 한 번 국민들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다. 올해 5월 국민들에게 공개됐지만 5개월도 안 돼 기와는 깨지고 단청은 떨어졌으며, 기둥과 추녀 등의 목재는 뒤틀리고 갈라졌다. 문화재 복원이라는 게 목재가 제대로 건조되려면 7~10년이 걸리는 등 기간을 정하기가 어려운 것인데도 문화재청은 공사 기한에 맞추도록 밀어붙였고, 시공사는 하루 늦춰질 때마다 발생하는 지체금을 물지 않기 위해 공기를 맞췄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제대로 복원하지 않고 마치 건물 짓듯이 추진한 숭례문 복원은 부실 공사라는 오명을 자초한 셈이다.

    숭례문은 화마로 큰 피해를 입고 복원되었지만 ‘국보 1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층 누각이 전소하다시피 해 새것으로 교체됐는데도 국보 1호의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난 2008년 숭례문 화재 직후 열린 문화재청 긴급회의에서 국보 1호 자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된 바 있다. 2층 누각은 거의 쓰러졌지만, 기반 석축이 90% 이상 남아 있어 국보 1호 가치를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국보의 지정번호가 가치순이 아닌 단순히 관리번호이지만 1호가 가지는 의미나 상징성은 크다. 문화재청이 불에 탄 숭례문을 복원해서 계속 국보 1호로서 가치를 유지시켜 간다는 게 문화재 정책의 큰 흐름이라면 다른 문화재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인 진주 촉석루와 밀양 영남루가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국보 환원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촉석루는 고려 공민왕 때 건립돼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지난 1948년 국보 276호로 지정됐다. 6·25전쟁 때 소실되면서 1956년 국보 지정이 해제됐으며, 현재의 촉석루는 국비를 들여 1960년 복원됐다. 국보였던 촉석루는 이제 국보도 보물도 아닌 경남문화재자료 제8호로 문화재 중 등급이 가장 낮다.

    촉석루의 국보 재지정 추진은 지난 2004년 지역 문화계를 중심으로 시작돼 수년간 노력했지만 문화재청은 요지부동이다. 지역 사학자들은 현재의 촉석루가 비록 복원되긴 했지만 기둥의 부재만 나무에서 석재로 바뀌었을 뿐 위치나 구조는 거의 변하지 않아 원형에 근접하게 복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원형과 차이가 많다’거나 ‘문화재로 지정되려면 적어도 50년은 지나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국보 지정 불가를 되풀이해 왔다. 그렇다면 불탄 직후 복원도 하기 전에 국보의 지위를 유지한 숭례문은 앞서 말한 촉석루 국보 재지정 불가 사유와 어떤 차이가 있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밀양 영남루는 1300년의 역사를 가진 대표 누각으로 역시 국보 환원을 추진 중이다. 1948년 국보로 지정됐다가 1962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보물 147호로 변경됐다. 영남루는 학술적·문화재적 가치를 종합해볼 때 국보로 환원돼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문화재청은 국보 재지정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보다는 그 문화재가 지닌 역사성이나 상징성과 같은 가치를 들여다봐야 한다. 숭례문이 목조 문화재 특성상 소실됐을 때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는 부정적인 논란에도 국보 1호로 유지되는 것은 지정된 지 40년 이상 국민들에게 각인된 상징성이 큰 역할을 했다. 촉석루는 700년 가까운 역사성과 임진왜란 당시 진주대첩의 정신이 깃든 상징적인 문화재여서 국보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 경남도가 촉석루를 국보 환원의 전 단계로 보물 승격을 신청하기로 결정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모든 일에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문화재와 관련된 일에서도 전문가의 견해가 우선이지만 사회적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 국보의 가치가 있는 촉석루와 영남루를 국보로 재지정해달라는 지역사회의 합의를 문화재청은 귀담아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재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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