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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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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화학적 통합을 위한 행정- 한철수((사)마산포럼 회장)

  • 기사입력 : 2013-12-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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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문명의 총아라 일컫는 철은 반복되는 담금질을 통해 물성을 달리한다. 이질적인 성분들의 특성을 조합하여 화학적 결합을 통해 특수강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행정구역의 완전한 통합은 물리적 통합에 이어 통합구성원인 주민들을 하나로 용해시키는 화학적 통합에 있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심대평 위원장은 “마창진은 갈등을 안고 통합했다. 그 갈등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면 지역이 발전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행정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통합창원시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행정의 몫이다. 심 위원장의 진단대로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길은 물리적 통합에 대한 갈등해소와 화학적 통합에 대한 정책에 달려있다. 문제는 통합 이후 창원시가 보여준 정책이 물리적 통합의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데다 화학적 통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통합 이후 가장 가시적인 행정의 변화는 흔적 지우기의 일환으로 도로표지판 교체작업이었다. 굳이 멀쩡한 표지판을 혼란을 감수하면서 또 어색함을 주면서까지 창원이란 글자로 대체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심지어 하수도 뚜껑까지 창원시로 바꾼다고 달라질 게 뭐 있는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통합됐고 ‘창원시’로 굳어졌는데 말이다. 이름 지우기에 급급한 데서 위화감은 커갔다.

    마산의 무학산이 창원 무학산이 되고 진해 속천항이 창원 속천항으로, 마산 가포가 창원 가포로 강제적으로 명명되는 ‘신조어 정책’으로는 화학적 통합을 달성하지 못한다. 마산도 진해도 창원인 것이다. 굳이 마산 진해의 정체성을 흐리게 하는 정책으로는 불신만 키울 뿐이다. 고유명사로 굳어진 말들은 그냥 그대로 부르면 된다.

    행정과 언론 주민 간의 소통부족으로 빚어지는 해프닝도 있다. 제13회 가고파국화축제 명칭을 놓고 일각에서 마산을 고집하다 보니 ‘창원시 마산가고파국화축제’가 됐다. 마산이 가고파로 대변되는 상황에서 굳이 마산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에 굴복한 결과다. 행정명과 지명이 혼용되는 이상한 용어 대신 종전대로 ‘가고파국화축제’ 하면 될 터이다.

    마산 만날제 역시 그냥 마산 만날제다. 통합했다고 해서 창원 만날제라고 하니까 이상해지는 것이다.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 해도 지난 역사적 사실까지 명칭이 변경되지는 않는다. 마산 3·15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창원 3·15라고 할 이유가 없다. 민주화의 상징인 부마사태 역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부창사태가 될 수 없듯이 흘러간 역사적 사실이나 굳어진 명사에 대한 개명작업을 통합시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면 화학적 통합은 요원하다.

    ‘창원시’가 통합시의 행정용어로 굳어졌다면 3개 지역의 고유명사들은 고유명사 그대로 남아 있으면 된다. 살고 있는 주민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는데 굳이 강제하면서 억지로 변경할 이유는 없다. 마산 진동이요, 마산 중리 내서라고 하면 된다. 굳이 창원 중리, 창원 진북이라고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마산어시장 하면 되는 것을 창원어시장 하면 이상해진다. 주민들은 그저 어색할 뿐이다. 생활용어를 굳이 행정용어로 지칭할 필요도 없고 강요할 이유도 없다.

    통합 이후의 갈등은 자연스런 과정으로 시간이 지나면 해소된다고 하지만 이대로 마냥 시간만 흘러가도록 기다릴 순 없다. 언제까지 시간만 바라보며 갈등을 안고 갈 순 없지 않은가.

    물리적 통합에 대한 갈등은 통합정신에 충실하면 해소된다. 통 큰 행정이 요구되는 이유다. 반면 통합이후 창원시의 급선무는 통합지역의 구성원들에게 자존감을 세워주는 일이다. 지역의 역사성을 존중하는 자세야말로 위화감을 해소하는 첫걸음이며 화학적 통합으로 가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리적 통합을 화학적 통합으로 승화시켜야 할 책임이 행정에게 있다고 보고 그러한 행정을 기대하는 것이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통합창원시가 출범한 지도 벌써 4년이 돼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물리적 통합의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학적 통합을 위한 행정이 아쉽다.

    한철수 (사)마산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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