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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상인지언(傷人之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

  • 기사입력 : 2013-12-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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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가진 다섯 가지 기관(器官) 가운데서 입이 가장 많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한다. 입은 먹는 기능과 말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먹는 것을 절제하거나 조심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병을 가져온다.

    말을 절제하거나 조심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먹는 것으로 인한 병은 자기 한 사람에 그치고 말지만, 말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다른 사람이나, 사회, 국가, 나아가서는 전 인류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晋)나라 부현(傅玄)은 ‘구명(口銘)’이라는 글에서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오고,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간다(病從口入, 禍從口出)’라고 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꼭 무기로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말로써도 얼마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교묘한 참소(讒訴), 이간하는 말, 거짓 증언 등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폭언, 심한 욕설, 모욕적인 말, 가시 돋친 말,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말, 괴롭히는 말, 자주 번복하는 말, 교묘하게 자신을 과시하려는 말, 허풍 떠는 말, 위선적인 말 등이 모두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그래서 순자(荀子)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해 주면, 베나 명주보다 따뜻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창날보다 더 심각하다(與人善言, 暖於布帛. 傷人之言, 深於矛戟)’고 했다.

    민주당의 양승조 최고위원이 12월 9일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전철(前轍)을 밟을 수 있다’는 심한 말을 해 여권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양 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를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로 인해 암살당할 것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新) 공안통치와 신 유신정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암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한 것은 언어살인(言語殺人)이며, 국기문란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위해(危害)를 선동·조장하는 무서운 테러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수석은 “아무리 미워한다 해도 가슴에 이런 식으로 대못을 박지는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도를 넘은 왜곡·편파적 해석과 비난을 하고 있다. 전철을 밟는다는 얘기는 박근혜정부의 공안통치가 신 유신정치시대가 될 것 같다는 국민의 우려를 새겨 들으라는 뜻”이라고 반박 성명을 냈다. 이어 “이정현 수석이 대통령 암살 운운했는데, 지나치고 과한 상상력의 표현이다. 그런 생각이었다면 총체적인 난국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오직 박근혜 대통령뿐이라고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양 위원이 좀 강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시해사건’까지 들먹이게 된 것 같지만, 남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때도 부모의 결점이나 조상의 결점을 거론하면, 원수가 된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 세상이 날로 각박해져 가니, 사람들 사이의 인정이 없어져 간다. 과거에 비해서 사람들 사이의 말들이 차갑게 되었고 사무적으로 되었다. 좋은 말로써 세상을 훈훈하게 만들어가야 하겠다.

    * 傷 : 상할 상. * 人 : 사람 인.

    * 之 : 갈 지. …의 지. * 言 : 말씀 언.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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