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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89) 황강 37 합천군 쌍책면 합천박물관~배티세일동굴

갑옷·투구·고분… 눈으로 보는 ‘철의 왕국’ 다라국

  • 기사입력 : 2013-12-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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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형기대
    판갑
    말머리가리개
    금제귀걸이
    봉황문양고리자루큰칼
    용봉문양고리자루큰칼
    미늘쇠?
    단경호와 통형기대
    합천군 쌍책면 성산리 옥전마을에 있는 가야시대의 유적인 옥전고분군.
    합천박물관
    열녀문
    배티세일동굴 입구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우리 땅 순례길 위에 가을을 보내고 겨울이 곱게 내리고 있었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면 산모롱이에 옛날에는 귀하고 귀한 붉은 홍시가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가지에 떨어질 듯 달려 있다. 나는 길 위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자연과 행복한 사람들로부터 한 해의 마무리를 배운다. 길 위에서 만났던 무성했던 나무들은 가을이 오면 아무리 예뻐도 나뭇잎을 내려놓는다. 나무들은 내 밑에 떨어지는 나뭇잎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무에게 아낌없이 주고 서로 보듬고 겨울을 나며 봄을 기다린다. 동양학자 조용헌 교수는 타고난 팔자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팔자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의 첫 번째가 적선이라고 했다. 나무처럼 아낌없이 주는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12월이 되었으면 한다.


    ◆합천박물관·옥전고분군

    합천박물관은 옆으로 황강이 휘어져 흐르고 뒤로는 옥전고분군이 있는 고대 다라국 터에 자리 잡고 있다. 합천의 전통문화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제공하려는 체험학습의 장으로 1998년 건립계획을 수립, 2004년 10월 완공해 12월 9일 개관했다.

    개관 후 조원영(50) 학예사와의 인연으로 수차례 다녀왔다. 조 학예사는 내가 운영하는 답사회원들에게 불교문화와 불상에 대한 강연을 해주고 영암사지를 안내해 주었던 인연이 있다. 문화재를 연구하고 답사하는 전문가들은 문화유산답사기행의 첫 목적지는 늘 박물관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박물관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시대적 구분과 역사적 사실의 정리와 정돈이 잘돼 있어 아이들은 물론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가족단위의 여행에도 좋은 곳이다.

    합천박물관의 고고관 다라 문화실에는 다라국의 철 생산을 알 수 있는 갑옷과 투구, 고리자루 큰 칼, 각종 말갖춤 무기류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신라시대 금보다 귀했다는 서역 계통의 로만그라스를 통해 당시 활발했던 대외 무역도 짐작할 수 있다. 연꽃무늬 목관 장식은 불교문화의 유입도 확인할 수 있고, 당시 지배권력을 상징하는 금동관과 관모, 금제귀걸이 등의 금 공예품을 비롯한 다양한 옥제품과 유리제품, 중국 주나라 때 임금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의기류 등이 전시돼 있다.

    다라국은 유물을 통해서 보면 대외교류도 활발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황강과 이어지는 낙동강의 수로를 이용해 그들이 제작한 철이나 각종 옥제품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 중국, 왜와도 교역을 넓혀 가면서 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라국의 철과 장신구를 보면 인근 옥전고분군에서 고리자루큰칼 등 각종 무기, 갑옷과 투구를 비롯한 말갖춤이 발견됐다. 또한 망치와 집게 등의 단야구가 출토돼 이 지역에서 철기문화가 발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옥을 다듬던 숫돌도 발견돼 이곳에서 구슬이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다라 역사실에서는 고분의 변천과정을 통해 지배층의 권력을 짐작할 수 있으며 토기를 통해서 변화된 생활상을 알 수 있다. 전시실 중앙에는 가야의 고분을 대표할 만한 다라국 최전성기 국왕의 무덤인 옥전M3호분의 덧널이 실물 크기로 재현돼 있다. 또한 M3호분에서 출토된 4자루의 용봉문양고리자루큰칼과 가야 최고의 조형미를 자랑하는 원통모양 그릇받침 등 유물들도 전시돼 있다.

    다라국의 성립은 서기 400년 전후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남하정책으로 부산, 김해지역의 정치적·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이 지역 주민 일부가 합천 옥전으로 이주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박물관 전시실은 합천군 관광해설사 김종탁(62) 씨가 안내와 설명을 해줬다.

    합천 관광해설사 송명희(53) 씨가 함께한 옥전고분군은 낙동강의 한 지류인 황강변 구릉에 있는 4세기에서 6세기 전반에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 전체 고분은 1000여 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20∼30m의 지름을 가진 18기의 대형고분이 이곳에 밀집돼 있다고 했다. 발굴조사에 의한 다양한 묘제와 각종 유물 등을 눈여겨보면 다라국의 성립 시기를 추정할 것이라 했다.

    각 시·군 지자체에는 대부분 관광해설사 제도를 도입해 휴일에도 관광안내와 문화재 설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문화재를 지키고 보호하며 관광객들에게 안내를 하며 특산물을 소개하는 등 노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고마움을 전한다. 조원영 학예사는 합천박물관에는 다양한 어린이 체험실 등 다양한 교육 시설이 있어 쉽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다며 많이 이용해 주기를 바랐다.


    ◆열녀문·배티세일동굴

    합천박물관에서 나와 지난번 점심을 맛있게 먹었던 인근 유성숯불가든을 다시 찾았다. 주인 류용해 씨가 90이 넘은 친정 노모와 김장용 마늘을 다듬고 있다 고향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했다.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권하는 것을 사양하고 황강옥전로를 따라 열녀문이 있는 진정리로 향했다. 쌍책면 소재지에서 만난 어느 촌로가 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진정리에 열녀문이 있다고 했다.

    마을 입구 진정교 부근 산비탈에 문이 굳게 잠긴 열녀문이 있었다. 안내판은 없고 열녀문 옆에 훼손 경고 현수막이 있고, 현수막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보니 쌍책파출소였다. 경찰관도 열녀문 현수막에 전화번호가 적힌 이유를 몰랐다. 신용재 경찰관이 바쁜 중에도 친절하게 인근 진정마을 이장 연락처를 알려 줬다. 이장 이봉석 씨도 마을 앞에 열녀문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내력은 모른다고 했다.

    우리 땅을 찾아 순례를 해보면 때로 답사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다. 열녀문을 떠나 황강옥전로를 따라 배티세일동굴이 있는 쌍책면 사양리 은방산으로 향했다. 주차장 인근에 빛바랜 배티세일동굴 안내판이 있었다. 동굴이 있는 중턱으로 가는 길은 산사태로 무너져 있었다. 겨우 길을 찾아 들어서니 무성한 풀을 베어 길을 내는 예초기 소리가 요란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자원봉사자 두 사람이 배티세일동굴 가는 길에 우거진 풀을 베고 있었다. 자기 지역의 문화재는 자신들이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이 도리라며 제때에 풀을 베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모든 것을 행정기관에서 해주기를 기대만 한다면 언제 이루어지겠느냐며 손길이 분주했다. 이런 분들이 진정한 문화재 지킴들이다.

    구불대는 길을 따라 10여 분 올라가니 동굴의 입구이다. 동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옛날에 동굴 입구에서 불을 지피면 반대편에서 연기가 나온다고 했다. 동굴의 총 길이는 약 350m 정도 되며, 가장 폭이 넓은 곳은 10m이다. 동굴의 가장 높은 곳은 약 3.5m이며 19개의 작은 가지가 달린 나무처럼 생겼다. 동굴 안에는 동굴폭포와 물웅덩이가 있으며, 벽에는 버섯 모양의 형성물이 희귀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름철에는 동굴 안의 온도 및 습도 변화와 동굴 밖의 공기가 들어옴에 따라 반복적으로 바람이 분다. 입구에서 동굴 내부를 보면 관박쥐 등의 생물이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맛집

    ◆영남가든 (서민태 ☏ 055-231-4500):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원계리 359. 특별한 오리 전문점이다. 젊은 주인이 개발한 천궁, 당귀 등 10가지의 약재와 문어를 첨가해 특별한 보양식으로 만들어내며 매우 담백하다. 신평저수지가 식당 앞에 있어 자연적인 운치를 더해준다. 4인용 1마리 4만 원.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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