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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충돌과 창조-생성의 원리- 이훈호(극단 장자번덕 대표)

  • 기사입력 : 2013-12-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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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의 3대 요소를 배우와 희곡과 관객이라 하고 무대가 한 가지 요소로 더해지면 4대 요소가 됩니다. 연극이 만들어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라는 의미겠지요. 정리해보면 연극은 보는 자와 보여주는 자가 어느 공간에 모여서 누구에게 무엇을 왜 어떻게 보여주느냐?를 행하는 예술입니다.

    이 연극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이 있어야 합니다. 작가와 연출가, 배우, 음악가, 무용가, 디자이너, 기술자들이 그들입니다. 각기 독립된 예술가들이 모여 연극이라는 제3의 예술을 위해 자신의 예술을 헌신하는 것, 그래서 연극을 종합예술이라 합니다.

    연출가는 예술가들이 무엇을 위하여 자신의 예술을 헌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이질적인 것의 만남은 충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부단한 만남과 그 만남의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단한 충돌 이것이 연극을 변화 발전시키고 창조의 길을 여는 힘입니다. 그래서 연극작업에서는 대화와 배려, 희생, 합의, 조화가 더 중요한 덕목입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연극은 서로 영감을 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좋은 마음으로 좋게 작업하고 좋은 관객을 만났을 때 가능합니다. 좋은 만남과 어울림을 통한 소통의 예술입니다.

    이러한 연극이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기계문명과 전기의 보급으로 위기에 봉착합니다. 무성영화로 시작해서 라디오, 흑백TV, 컬러TV, 비디오, 멀티미디어로 이어지는 대중매체의 출현, 그러나 많은 사람의 우려와 달리 연극은 지난 100여 년간의 어려움 속에서도 의연히 살아남았고, 이 시련의 기간은 오히려 연극의 본질이 무엇인가? 관객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하는 성찰의 시기였습니다.

    연극은 관객과 배우가 직접 만나는 유일한 매체이며 지금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현장감 속에서 약속에 공조한 관객의 상상력에 의해 완성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무대에 사막을 가져다 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연기자의 시선이 강렬한 태양을 느끼고 발은 모래를 느낀다면 그 공간은 순식간에 사막으로 변모합니다. 관객과 약속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그러니 연극은 관객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극적 현실이 완성된다는 면에서 관객을 적극적인 존재로 만들고 최종적으로 그런 관객과 만남으로써 완성되는 예술입니다. 좋은 관객이 좋은 연극의 토양이 됩니다.

    ‘안녕들 하십니까’의 열풍이 대학을 넘어 기성세대들과 청소년들에게까지 가히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자보 행렬에 동참한 모 대학 교수는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갖고 있는 아픔, 우리 사회에 대한 애정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는 게 의무고, 지식인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닌가”라고 합니다. 저는 학생들을 보며 미안함으로 울컥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대들을 오해했노라고 그리고 작년 대선 이후 세상일에 애써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제 자신이 비겁했노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청와대는 18일 대선 1주년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불통(不通)이라고 비판하는 여론을 가장 억울한 점으로 꼽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말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라고요.

    우리 사회라는 무대에 좋은 관객이 등장했습니다. 이제 정치권은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가? 관객과 어떻게 유의미하게 만날 것인가? 하는 성찰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관객과의 새로운 만남을 적극적으로 가지면서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어 새 가치를, 새 희망을 창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도 좋은 관객이 좋은 정치의 토양이 됨을 실천하렵니다.

    이훈호 극단 장자번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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