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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로 돌아간 차붐…"형들 정말 보고 싶었어!"

  • 기사입력 : 2013-12-21 08: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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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붐·이회택 등 1972년 축구대표팀 '재소집'
    70년대 그라운드를 주름잡은 축구 스타들. 차범근(60) 전 수원 삼성 감독은 1974 서독 월드컵 예선에 참가한 대표팀 동료를 20일 오후 서울 평창동 자택으로 초대해 환갑잔치를 열었다.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메르데카배 축구대회가 열리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입니다." 1970년대 라디오와 TV를 통해 안방을 뜨겁게 달군 한국 축구 국가대표들이 40여 년 만에 재회했다.

       20일 저녁 서울 평창동에 있는 차범근(60) 전 프로축구 수원 삼성 감독의 자택에는 1972년 국가대표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떴다 떴다' 김재한, '풍운아' 이회택, '귀공자' 김정남, '아시아의 폭군' 이세연….

       "아! 형, 정말 보고 싶었어."
    차 감독은 다시 청년으로 돌아간 듯 얼굴이 밝아지며 발걸음마저도 발랄해졌다.

       이날 모임은 차 감독이 자신의 환갑을 맞아 선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

       차 감독은 "내가 처음으로 대표팀에 들어갔을 때 나를 예뻐해 주시던 선배들을 한 분씩 수소문해서 모셨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열여덟 살 막내이던 나를 귀여워하고 혼도 내시던 선배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라며 이들과의 재회를 기뻐했다.

       차 감독의 입술에는 추억이 방울방울 맺혔다.

       줄곧 함께 방을 쓴 김진국, 성격인 온순해 '코드'가 가장 잘 맞았다는 노흥섭, 독기가 실종됐다며 투견장에 데려가 맹견들을 코앞에서 지켜보게 한 선배들….

       이제는 모두 노인이 된 선배 태극전사들은 차 감독을 대견스러워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이회택 씨는 "차 감독이라고 해야 하나, 차 선수라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며 "처음에 초대를 받았을 때는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제 그 아이도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나중에 들면서 고마웠다"며 "차 감독이 축구를 위해 봉사하며 여생을 보람있게 살기를 기원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날 모임을 구체적으로 기획한 이는 차 감독의 부인인 오은미 씨와 아들 차두리(FC서울)였다.

       차두리는 "아버지가 축구협회에서 김진국 선배와 옛날 얘기로 추억을 되새기는 모습이 정말 보기에 좋았다"며 "꼭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오래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2002년에는 대표팀의 막내였다"며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신 대선배들을 모시는 게 의미가 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회장에 설치된 TV에는 1972년 무렵 태극전사들의 경기 영상과 뉴스 보도가 흘러나왔다.

       차두리가 방송국에서 동영상을 얻어 편집한 것이었다. 그는 그 영상물을 휴대용 메모리에 담아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선물하기도 했다.

       차 감독이 포함된 1972년 한국 대표팀은 태국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준우승하고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메르데카컵에서 우승했다.

       한국은 여세를 몰아 1974년 서독 월드컵 본선에 도전했으나 호주와의 최종 플레이오프에서 분패해 눈앞에서 출전권을 놓쳤다.

       이들의 도전은 한국 축구사에서 실패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지만 한국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8회 연속으로 본선 무대를 밟도록 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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