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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어둠의 아이들- 조민(시인)

  • 기사입력 : 2013-12-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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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학대 방법은 더 끔찍하고 더 흉포해졌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47개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신고 접수된 총 건수는 8만4830건이며, 이 중 현장조사를 통해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5만6192건(77.5%)이다.

    아무 죄도 없는 절대 약자인 아이들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아동학대의 주범은 80%가 부모라고 한다. 경악할 일이다. 얼마 전 아버지와 새어머니한테 안마기와 골프채에 맞아 피하출혈로 인한 순환혈액량 감소로 쇼크사한 8살 남자아이, 새엄마한테 맞아 온몸에 피멍이 들고 갈비뼈가 열여섯 개나 부러져서 죽은 8살 서현이. 새엄마는 ‘죽을 만큼 때렸지만,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법정에서 변명했다고 한다.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지은 죄에 대한 인정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 외에도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무섭고 끔찍한 사건은 너무도 많은 현실.

    더 이상 아동학대 범죄 특례법 통과를 늦출 수 없다. 처벌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

    아이학대는 영혼 살인이다. 선진국처럼 무거운 형벌을 때리고 친권 박탈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 친권을 면죄부처럼 쓰는 악랄한 친권이 얼마나 많은가. 이웃들도 더 이상 남의 집안일이라고 간과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보고도 못 본 척,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방관과 방임은 공범이다.

    세상은 절대로 아름답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세상은 소설보다 드라마보다 더 추악하고 아프고 끔찍한 막장 드라마다. 제발 바르고 반듯하고 아름다운 것만 보지 말자. 어둡고 더럽고 추악하고 구역질나는 현실을 인정하자. 외면한다고 현실이 달라지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신매매와 장기매매되는 태국 아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어둠의 아이들>(Children Of The Dark, 2008)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봐야 되는 절대영화다. 영화평이나 별점과는 전혀 관계없이.

    이 영화는 부자나라 인간들에게 산 채로 장기를 적출당하고 버려지는 태국 아이들의 이야기다. 또 부자나라 제1세계의 소아성애자들의 탐욕에 이용되다가 버려지는 타이 아이들의 이야기다. 물론 결국은 다 버려진다. 이용할 가치가 없거나 병에 걸리면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차에 버려진다.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다. 검은 비닐 봉지 안에서 자신을 판 부모와 고향집을 그리면서. 이 이야기는 태국 특파원인 일본인 기자 난부의 눈으로 보여준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연민이나 공감의 감정을 착취하거나 쥐어짜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아주 담담하고 담백한 시선으로 이끌어가면서 관객들에게 질문을 한다. 가해자는 누구인가? 바로 당신 내부에 있는 당신 자신이 아닌가!

    정말 충격 그 자체이다. 아이를 판 돈으로 냉장고를 사고, 에이즈에 걸려 돌아온 딸을 더러운 움막에 방치하여 결국은 두 번 죽게 만드는 부모들을 보면.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지극히 심상하고 평범한 풍경이 끔찍한 현실의 은폐용이라는 것이다. 팔려가는 아이들이 깨끗한 옷을 입고 고용된 아줌마의 손을 잡고 손에는 인형 하나씩을 들고 사이좋게 거리를 걷거나 차에 태워지는 완벽한 일상의 풍경이 철저한 은폐용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면 금방 철창에 갇혀 수시로 얻어맞으면서 유아성애자와 유아동성애자의 테이크아웃을 기다려야 하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거리감을 자각하는 순간, 머리가 먹먹해진다. 은폐시키고 가장해서 거리감을 만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까. 그러니까 이 영화는 여간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고서는 볼 수 없다. 포스터에도 쓰여 있다. “당신은 이 영화를 마주할 용기가 있습니까?”

    나는 연거푸 두 번이나 봤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직도 나는 더 아파야 하고, 더 부끄러워해야 하고 더 미안해야 하고 더 두려워해야 한다. 지금 내게 주어진 작은 안온이 그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담보로 이루어진 삶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 아아, 그래야만 세상이 조금이라도 변할 것 같으니까.

    조 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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