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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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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순의 음식이야기 (65) 갈화죽

쌀죽 끓이다 마지막에 갈화 갈아 넣어
술 열기·풍 제거해 구토·목마름 예방

  • 기사입력 : 2013-12-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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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해가 저무는 연말이다. 예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이 생존하려면 변화를 읽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한다. 무조건 이기려는 쪽으로 발달한 근육을 부드럽게 순응하는 쪽으로 정신을 적응시켜야 한다. 변화를 따라가는 것은 고단한 일이지만 살기 위해 변화와 물결을 따라가야 한다.

    다윈이 자연의 진화현상에서 주장한 핵심의 하나가 환경 적응이다. 살아남은 종(種)은 강한 종이 아니라 자연에 적응한 종이라고 한다.

    환경에 적응해야 생존하는 것은 생물체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무병장수를 위해 인체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은 고단한 일이지만 100세의 건강한 삶을 위해선 변해야 한다.

    조선 중기에 영의정을 지낸 신흠(1566~1628)이 춘천에 유배됐을 때 제석(除夕)이란 시에서 ‘협리금소우송년(峽裏今宵又送年)’이라고 했다.

    깊은 골짜기 속에서 ‘오늘 밤 또 한 해를 보내누나’하고 한 해를 보낸다는 의미로 송년(送年)이란 말을 썼지만 송년회(送年會)라는 용례는 우리 역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송년회의 의미를 갖는 모임으로는 연종회(年終會)가 있다. 조선 후기 순조 때 박사호(朴思浩)의 심전고(心田稿)에서 ‘무자년(1828) 12월 30일 새벽에 보화전(保和殿)에서 열린 연종연(年終宴)에 나갔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은 중국에서도 하고 있던 연회이다.

    조선도 연종제를 행했지만 날짜는 중국과 달라 동지부터 세 번째 미일(未日)에 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후한 말기 채옹(蔡邕)의 설을 인용해 남쪽을 뜻하는 적제(赤帝)는 술일(戌日), 서쪽인 백제(白帝)는 축일(丑日), 북쪽 흑제(黑帝)는 진일(辰日), 동쪽인 청제(靑帝)는 미일(未日)에 납향(臘享)한다고 한다.

    조선도 태조 이후부터 납일을 미일로 한 것은 동방이 음양오행 중 목(木)에 속하기 때문에 이때 연종회인 세모(歲暮)를 했다. 세모에는 예나 지금이나 자의든 타의든 술, 고기 등을 많이 마시고 먹게 된다. 이때 아침에 먹는 것 중의 하나가 갈화죽을 꼽을 수 있다.

    갈화는 칡의 꽃을 따서 말린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맛은 달고 평하며 비장과 위장으로 들어가고 술의 독을 제거한다.

    ▲효능= 위장에 남아 있는 술의 뜨거운 열기와 풍을 제거해 아침에 속이 메스껍거나 구토가 나며 가슴이 답답하고 목마름을 예방하는 데 좋다.

    ▲재료= 갈화 5g, 쌀 50g, 소금 조금.

    ▲만드는 법= 쌀로 죽을 끓이고 갈화를 갈아서 마지막에 넣어서 먹으면 된다. (세계한식문화관광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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