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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 경장지도(更張之경남도)- 고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4-01-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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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2014년은 간지(干支)로 갑오년(甲午年)이다. 흔히 ‘청마(靑馬)’의 해라고 한다. 오(午)는 말띠에 해당되고, 갑(甲)은 동쪽에 속하는데 동쪽은 색깔로는 청색에 속하기 때문에 갑오년을 청말 띠의 해라고 하는 것이다.

    갑오년 하면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에 있었던 ‘갑오경장(甲午更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1894년에 있었던 갑오경장(甲午更張)은 일본의 영향에 의한 피동적인 개혁이기는 했으나, 이것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왕조시대를 근대사회로의 변화를 촉진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첫째 정치적 측면에서는 양반정치에서 민중정치에의 전환을 밝혔고, 중국 종속적인 위치로부터 우리의 주권의 독립을 분명히 했다.

    둘째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의 개국기원(開國紀元)의 사용, 신분계급의 타파, 문무의 차별 및 남존여비사상의 타파, 노비제의 폐지, 조혼(早婚)의 금지, 부녀 재가(再嫁)의 자유가 보장됐다.

    셋째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은(銀) 본위 통화제, 세금 금납제(金納制)의 실시, 도량형의 개정, 은행이나 회사의 설립 등이 주된 것이었다. 이 밖에 200여 조항의 개혁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선 말기 조정은 이를 주체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자주 역량이 부족해 외세에만 의존했다.

    한편 이때부터 한말 사회에서는 인습과 전통의 구속을 벗어나 자유로운 지식을 보급하고, 일반 민중으로 하여금 무지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개화·계몽사상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것은 당시의 유교적인 인습과 전통에 사로잡힌 재래의 누습을 타파하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 자아를 각성하고 과학문명에 입각한 새로운 지식을 체득하게 하려는 시대의식을 나타낸 것이었다. 또 ‘홍범(洪範) 14조’는 우리나라 최초 헌법적 성격을 띤 법령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장(更張)’이란 단어가 어째서 ‘개혁한다’, ‘새로 고친다’라는 뜻이 되는 것일까? ‘경장’의 원래 뜻은 ‘고쳐서 다시 팽팽하게 맨다’는 뜻이다.

    악기나 활 등에는 팽팽하게 당겨서 매어 둔 줄이 있다. 이 줄을 한자로는 현(絃 : 줄 현), 현(弦 : 활시위)이라는 글자로 나타낸다. 악기의 줄은 오래되면 저절로 조금씩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하기 때문에, 연주할 때마다 줄 끝에 있는 축(軸)을 돌려서 줄을 고른다.

    그러나 더 오랜 세월이 지나면 줄 자체의 밀도나 재질 등에 차이가 있고 또 많이 쓰이거나 적게 쓰임에 따라서 줄의 탄력이 다르기 때문에 줄을 골라도 원래의 정확한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런 경우 아예 악기를 바꿀 수도 있지만, 그 바탕이 되는 나무는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개 낡은 줄을 걷어 버리고 새 줄을 매어 팽팽하게 당겨 맨다. 이것이 곧 경장이다.

    한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약간씩 손질하다가 도저히 발생하는 문제를 감당할 수 없을 때는 과감하게 크게 고친다. 그것이 바로 경장이다. 그래서 경장이 개혁이란 뜻으로 쓰이는 것이다.

    새해 갑오년을 맞이해서 국가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미미하게 고쳐서는 안 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과감하게 경장할 필요가 있다. 경장을 해 더 좋게 될 수 있을 경우에는, 국가나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더 이상 시간을 미룰 필요가 없다.

    * 更 : 고칠 경. 다시 갱. * 張 : 펼칠 장. * 之 : …의 지. * 道 : 길 도.

    - 고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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