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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지금 제철 겨울 진객 ‘대구’를 만나다

지금이 제철이라죠 돌아온 대구, 물오른 그맛

  • 기사입력 : 2014-01-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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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시 장목면 외포항에서 중매인들이 새벽에 잡은 대구를 경매하고 있다.
     
    거제 외포에서 대구음식전문점을 운영하는 하용숙 씨가 옥상에서 대구를 말리고 있다.


    ◆대구의 일생

    저는 엄마 대구의 몸에서 형제들과 함께 척출돼 인공으로 부화한 아기 대구입니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일가들도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많지 않아 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부화장에서 30일가량 생활하면서 8㎜ 정도의 크기에 불과한 가녀린 몸이지만 먼 길을 떠납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태어나자마자 긴 여행을 떠나야 하는 운명을 가졌나 봅니다. 엄마도 없이 두렵기도 하지만 수백만 마리의 형제 대구들이 함께 떠나기에 덜 외롭습니다. 출발 시간은 태어난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에서 2월 사이입니다. 정확한 귀향 일정은 없지만 적어도 4~5년 뒤에야 돌아올 것 같습니다. 그럼 건강하게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저는 진해만을 출발합니다.

    막상 출발하려니 두렵습니다. 아직 어린 몸이라 깊은 바닷속보다는 바다 표층과 중층을 유영하기 때문에 온도에 민감합니다. 한파가 심할 때는 너무 차가운 바다로 나가지 못합니다. 올해처럼 이른 추위로 바다가 차가우면 고흥 앞바다에서 10여 일간 머물게 됩니다. 때로는 두 달여간 거제 남쪽 먼바다까지 남하하기도 합니다. 수온은 6~16℃, 바다 수심도 50~100m가 생활하기에 적당합니다. 먹을 것도 많아 저도 모르게 이곳으로 이끌려 옵니다. 내 머릿속에는 먼 선조 때부터 내려온 내비게이션이 마련돼 있나 봅니다.

    집을 떠나온 지 1년. 어느덧 몸도 아기라 불리기보다는 어린 개체로 성장하면서 더 깊은 바다로 가는 꿈을 꿉니다. 저는 지금 동해안 인근에 있습니다. 같이 떠난 형제들은 20~27㎝가량으로 훌쩍 자랐습니다. 닥치는 대로 먹는 만큼 성장도 빠릅니다. 내년에는 30~48㎝로 성장하고, 진해만으로 돌아가는 4~5년 뒤면 80~90㎝ 내외로 자라고 최대 1m까지 성장합니다.

    그동안 수백만 마리였던 형제들 가운데 상당수가 큰 고기들에 잡혀먹히거나 무리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슬퍼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부지런하게 헤엄치지 않으면 언제 어느 곳에서 같은 신세가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릴 때보다 더 깊은 수심 50~450m를 오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러시아 연해주 지역까지 올라갔다 올 거라고 하는데, 대부분은 독도를 주변으로 하는 동해에서 가장 오래도록 거주합니다. 한대성 어류라 물이 더워지면 더 위쪽으로도 올라가기는 합니다. 최근 지구온난화 영향인지 점점 수온이 높아져 저희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야할 때인가 봅니다. 요즘 저의 몸이 자꾸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올 때는 어렸고 초행길이라 무서웠지만 이젠 세상사도 알 만큼 알았고 저를 이길 만한 큰 고기도 별로 없어 다소 마음이 편합니다. 이심전심으로 형제들도 떠날 채비를 마쳤군요.

    귀향길에 오른 수백㎞ 동안 짝을 찾았습니다. 아내의 뱃속에는 저희 부부를 꼭 닮은 수천 마리의 2세가 될 알이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진해만 앞바다로 돌아가면 나의 일생도 책임도 여기서 끝인 것을. 그래도 기쁩니다. 저의 자식들이 무럭무럭 자라 저 넓은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며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

    대구는 명태와 비슷한 생김새지만 몸 크기에서 차이가 난다. 어른 대구는 70~110㎝나 된다. 특히 입이 크다. 대구(大口)란 이름도 입이 크다는 뜻이다. 한대성 심해 어종으로 떼를 지어 다닌다. 연어처럼 회귀성 어류로 성인 고기가 되면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와 산란을 한다. 우리나라는 한겨울 대구 산란의 적지인 진해만, 특히 거제 외포와 진해 용원에 대구가 몰린다. 수정란이 방류되기 전에는 동해 이북의 북태평양 지대에 많이 살다가 여름이 되면 더 낮은 수온을 찾아 동해 만년 냉수괴까지 내려간다. 11월이 지나 진해만 일대가 4℃ 정도까지 내려가면 대구들이 해류를 타고 진해만 일대로 몰려와 산란한다. 진해만은 거제와 가덕도가 둘러싸여 물길이 잔잔하고 서식 수온도 적당하다. 무엇보다 플랑크톤이 풍부해 대구 산란의 적지다.

    진해만 일원에서는 전통적으로 원통 모양의 그물인 호망으로 대구를 잡는다. 산 채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수온변화와 어족 고갈로 한때 대구가 사라졌지만 꾸준한 수정란 방류사업을 통해 다시 대구가 돌아오면서 겨울이면 대구잡이가 성행한다. 주로 겨울인 11~2월에만 잡히기 때문에 겨울의 귀한 손님이란 뜻의 겨울 진객으로 불린다. 한때 대구 어종이 씨가 말라 한 마리에 60~7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금고기라 불렸다. 지난 99년부터 꾸준한 방류사업으로 2003년 이후부터는 개체수가 줄지 않아 비교적 저렴한 가격인 3만~6만 원대에도 생대구를 구입할 수 있다. 본격적인 조업 때는 거제 외포에서만 하루 3000마리가 잡히고 있다.


    ◆대구로 뭘 해먹나

    대구는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알과 아가미, 창자는 젓갈로 이용하고, 뼈는 푹 고아 시원한 국물을 낸다. 곤이(알)는 생태탕을 끓일 때 별미로 손꼽힌다.

    요리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대구 생태로 만든 생태탕이 있고, 떡국을 넣은 대구떡국도 있다. 싱싱할 때 회로 먹기도 하며, 아구찜과 비슷한 대구뽈찜도 있다.

    요즘 대구를 김치 묵은지로 감싸 찐 대구김치말이찜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밤에 심심할 때는 꾸덕꾸덕하게 말린 대구포를 씹어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구포는 잔칫상이나 제사상에도 올렸을 뿐 아니라 겨울밤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거제 외포에서 오랫동안 대구음식전문점을 운영하면서 대구김치말이찜을 처음 만든 하용숙 씨의 요리법을 배워본다.


    △대구김치말이찜

    김치와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이 드물지만 대구김치말이도 우리 입맛에는 낯설지 않은 독특한 맛을 낸다. 특히 김치가 대구의 밋밋한 맛을 없애줌으로써 어린이들도 좋아한다.

    대구김치말이찜은 잘 씻은 대구를 소금에 약간 절여 짭짤한 맛이 배도록 밑간을 한 뒤 5~6㎝ 정도 크기로 먹기 좋게 토막을 낸다. 콩나물을 삶아 파를 넣고 들깨가루, 후춧가루를 넣은 양념으로 다시 절인다. 절인 대구에 김치를 말아 떡을 찌듯이 25분에서 30분가량을 찌면 대구김치말이가 완성된다. 특히 곤이(알)를 넣어야 제맛이 난다.


    △대구탕

    가장 흔하지만 시원한 맛이 관건이다.

    끓는 물에 무와 대구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다음 제일 마지막에 기호에 따라 미나리를 넣으면 시원한 맑은 탕이 된다. 요즘은 부드럽고 고소한 이리(정소)를 넣어 먹는 대구탕도 많이 찾는다. 이현근 기자



    ◆대구 사는 법

    거제와 진해 용원이 우리나라 대구 어획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어부들이 잡은 대구는 새벽 6시께부터 경매에 부쳐진다. 일반인은 참여할 수 없지만 싱싱한 대구를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경매가 끝난 뒤 곧바로 경매사나 경매사에게 위탁해 대구를 산 점포에서 대구를 구입할 수 있다.

    대구 가격은 시가에 따라 달라지고 흥정에 따라서도 가격 조절이 가능하다. 요즘 60~70㎝ 대구의 경매가는 3만 원 선으로 소비자는 4만~5만 원 선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대구는 수컷과 암컷의 가격이 차이가 난다. 알보다는 수컷 ‘정소’인 ‘이리’를 선호하면서 수컷이 암컷보다 비싼 편이다. 원하는 요리에 따라 생물과 말린 것을 골라 구입하면 된다.

    진해만 앞바다에서 해풍을 맞고 말린 대구는 5~7일 동안 꼬득꼬득하게 변하면서 반건조 대구로 변한다. 대구는 크기와 무게가 만만치 않아 택배로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뼈대가 워낙 튼튼해 가정집 칼로는 해체하기가 힘들다. 일부 판매점에서는 깔끔하게 손질을 해주기도 한다.

    산란철인 1월 한 달은 금어기이지만 수정란 방류를 위해 알 채취를 허가 받은 어민들만 조업할 수 있다. 거제의 경우 대구를 잡는 호망협회 소속 배가 80척으로 척당 30마리씩 하루 2400마리가량 잡을 수 있어 평상시와 다름없이 대구맛을 볼 수 있다.


    글=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사진= 성승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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