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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의 노래- 조예린

  • 기사입력 : 2014-01-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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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담 선생님!

    배꽃 필 즈음

    천마산 박연폭포 한 번 놀러 가요.

    피어 터치는 보라 물안개

    머리에는 수천 개 흰 꽃을 달고

    너럭바위 위에

    거문고 산조를 불러 드릴게요.

    구곡 달빛 썰어 묵힌 이화주

    맑은 잔을 씻을 때

    선생님께 술대를 넘겨 드리지요.

    한 송이 술에 아슴히 취해

    꽃 같은 버선발 춤을 추며는

    선생님 시조 한 수

    화답 주셔요.

    화담 선생님!

    배꽃 필 즈음

    천마산 박연폭포 한 번 놀러 가요.

    오긋한 가슴에 내 노래를

    뉘 앞에 부를꼬,

    거문고 여섯 줄은 빗겨 섰나니.

    선생님 배꽃 필 즈음!

    천마산 흙길 어둡기 전에

    짊어진 만공산 털래털래

    개풍의 저녁답을

    함께 돌아와요.



    ☞ 시를 읽다 보면 반달눈썹과 가지런한 이를 가진 시인이 보여요. 마주 앉아 조근조근 이야기하고 있는 착각에 빠져요. 잘 닦아놓은 거울 흰 손수건으로 닦고 또 닦는 정갈한 시인이 떠올라요. 어쩌면 그녀는 섬세하다 못해 결벽증까지 있을 거야. 사랑이란 건 더더욱 해보지 못했을 수도 있어.

    왜일까요 왜 이런 느낌 가진 시인을 조선 중기 최고 기녀 황진이와 함께 겹쳐 떠올리는 걸까요. 기억의 오래된 끝에는 끊어질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부르던 시인의 애잔한 시조창과 작고 깊은 얼굴에 가 닿지요. 바로 그때 너무 아름다워 눈 둘 곳 없었던 마음이 되살아난 것일까요. 그래서 그녀의 은은한 향기가 묻은 시에게서 자꾸만 황진이를 떠올리는 말도 안 되는 결례를 하는 걸까요.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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