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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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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시낭송·아코디언 연주로 봉사활동 유순애 씨

“시낭송으로 이웃 위로하고 아코디언으로 흥 돋우죠”

  • 기사입력 : 2014-01-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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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순애 씨가 자신의 서재에서 시낭송을 하고 있다.




    밀양에서 시낭송과 아코디언 연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유순애(57) 씨.

    유 씨는 웬만한 탤런트 못지않게 다양한 재주를 가졌다. 그가 다룰 수 있는 악기는 피아노, 아코디언, 크로마하프, 꽹과리. 하모니카, 오카리나 등이며, 한때 피아노 강사, 사물놀이 강사를 할 정도로 실력도 갖췄다. 특히 아코디언은 악보 없이 수백 곡을 연주할 정도로 능숙하게 다룬다.

    이처럼 다재다능한 유 씨가 요즘 들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지역사회에 시낭송 붐을 일으키며 시낭송과 아코디언 연주로 봉사활동을 하는 일이다.

    “돌이켜 보면 늘 문학의 언저리에 있었던 것 같다. 재능이 있었다면 아마 시인이 되었겠지만 그냥 독자로서 즐겼다. 문인단체나 이런저런 모임에서 늘 시를 애송하던 게 계기가 되어 지금은 시낭송 강사가 되었다.”

    유 씨는 몇 년 전 함안에 살 때 해돋이 행사에 참가해 시를 낭송했다고 회고했다. 문학기행을 떠나면 으레 노래를 시키곤 하는데 그때마다 시를 한 편씩 낭송했고, 다른 모임이나 행사 때도 시를 즐겨 낭송한 것이 시낭송 강사가 된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공식 등단한 시인은 아니지만 오래전 MBC경남 여성백일장과 경남환경백일장에서 장원을 수상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문학적 재능이 있으며, 지금도 때때로 시도 쓴다.

    그는 10년 전 함안에서 살다 고향인 밀양으로 이사를 오면서 본격적으로 시낭송 활동을 했다. 그러면서 대학 평생교육원과 각종 단체에서 마련한 시낭송 강좌에 등록해 시낭송 교육을 받은 뒤 5년 전부터는 직접 강사로 나서 시낭송 교육을 시작했으며, 현재 밀양시립도서관 등에서 시낭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요즘은 모든 게 풍족하지만 감동지수나 행복지수는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손에는 제각각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스마트폰이나 명품 가방 대신에 작은 시집 한 권 들고 다니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아마도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내가 나를 위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시를 사랑하고 시낭송을 즐기는 사람들로 단체를 만들었다.”

    유 씨는 지역에서 시낭송으로 문화공연을 해보자는 목적으로 마침내 지난해 5월 회원 23명으로 ‘아리랑 시낭송회’를 창립했다. 시낭송회 회원은 대부분 유 씨가 평생교육원에 시낭송 강사로 출강하면서 만난 이들이다. 현재 회원은 26명이며 전·현직 교장 6명을 비롯해 공무원, 회사원, 주부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체계적인 학습을 위해 시립도서관에서 봄과 가을 각 4개월간 일정으로 시낭송 강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 매주 화요일 2시간(오후 7~9시) 수업을 듣는다. 또 한 달에 한 번 시낭송회를 갖는다.

    시낭송회 회원들은 시낭송을 하면서 무엇보다 먼저 회원 스스로 치유되고 행복해진다고 했다. 또 시낭송을 함으로써 듣는 이들이 시로 위로를 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는 반응을 보이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유 씨는 현재 ‘아리랑 시낭송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회원들은 시낭송을 포함해 문화예술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고 한다.

    유 씨를 비롯한 아리랑 시낭송회 회원들은 지난해 5, 6월 무안면 노인회를 방문해 봉사공연을 했고, 7월에는 사단법인 밀양시각장애인협회 이전 축하공연을 했다. 또 초동면 찾아가는 음악회, 미소락 축제, 노인의 달 행사에서도 회원들이 재능기부를 했다.

    밀양교육청이 주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독서산책’과 ‘밀양문예 출판기념회’에서 시낭송을 했고, 백산초등학교 동시낭송반 수업과 밀양시 보건소 시치유 특강도 회원들이 진행했다. 또 밀양문협 주관 이지엽, 함민복 시인 초청 특강과, 동명중학교 정호승 시인 초청 특강에서 회원들이 참여해 시낭송을 했다.

    지난 12월 23일에는 회원 26명의 마음을 모아 밀양시립도서관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제1회 아리랑 시낭송의 밤 행사를 가졌다.

    유 씨는 “지난해 9월 함안 예술제 시낭송대회에서 어중희 회원이 대상을 수상했고, 역시 지난해 9월 경남여류문학 시낭송대회에서 이정숙 회원이 대상을 받았다. 또 김남시 사무국장도 큰 상을 받았다. 회원들 실력이 모두 대단하다”고 소개했다.

    유 씨는 시낭송과 함께 아코디언 연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아코디언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과거 음악학원 강사, 사물놀이 강사 활동을 하면서도 나중에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악기가 뭐가 있을까 검색하다 우연히 아코디언을 찾게 되었다고 했다.

    “아코디언은 피아노에 비해 악기가 작아 들고 다니면 되겠다 싶었다. 그때 큰딸이 취미생활을 하라며 200만 원짜리 아코디언을 사 주었다. 본격적으로 아코디언 연습을 하면서 아예 ‘유화’라는 예명도 지었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면 시골 어르신들이 굉장히 좋아하신다.”

    유 씨는 또 사투리를 잘 구사하는 색다른 장기가 있다. 지난해 경남 사투리대회에 나가 대상을 차지했다. 그게 계기가 되어 부산 아침마당에도 두 번이나 출연했다. 또 지난해 10월 30일엔 지방 자치박람회 기념 제1회 전국사투리 경연대회에 아리랑 시낭송회 김남시 사무국장과 2인 1조로 경남대표로 나가 3위를 차지했다.

    그는 12월 열린 제1회 아리랑 시낭송의 밤 행사 때도 김 사무국장과 ‘사투리 이바구’를 들려줘 흥을 돋웠다.

    “요즘은 영화나 개그 프로에서 사투리가 대세다. 지방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정체성을 잊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사투리 이바구도 낭송문학의 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한때는 죽을 ‘사’자 사투리가 될 뻔했는데, 이젠 사투리 ‘사’자가 사랑받는 ‘사’자가 되었다. 앞으로는 우리의 정서를 담은 사투리 살리기에 더 힘쓰고 싶다.”

    지역사회 봉사활동 외에 소개할 거리가 더 있느냐는 질문에 유 씨는 딸 이야기를 좀 해도 되겠느냐고 했다.

    “큰딸은 경남과학고를 조기 수료하고 카이스트에서 생명공학 박사를 했다. 사위 역시 카이스트 박사 동기로 수원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작은딸은 서울대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베트남사를 전공했으며 현재 베트남에서 어학연수 중이다. 엄마 노릇 제대로 못 했는데 잘 자라준 두 딸이 늘 자랑스럽다. 아이들이 국비로 공부하는 혜택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사회에 되갚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싶다.”

    글= 이상규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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