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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얼굴 없는 천사, 사랑을 노래하다- 옥영숙(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4-01-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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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를 맞으면 누구나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운다.

    우리 모두는 여러 가지 개인적인 소망과 더불어 지난해 했던 계획을 다시 세우기도 하고 벌써 몇 년째 같은 계획을 세울 때도 있다. 작심삼일로 끝난 것도 있겠지만 새해가 되면 새로운 다짐을 한다.

    삶이 무겁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누구나 새로 시작하는 새날 앞에서 희망적이고 꿈을 안고 산다. 사회가 아무리 살기 힘들고 어려운 때일지라도 서로간 이웃을 돌보는 온정이 끊이지 않는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천사들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사랑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대구사회복지공단모금회에 기부를 하고 싶다는 전화가 왔단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써달라면서 봉투 하나를 내밀고 사라졌다고 한다. 1억200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이 들어 있었고, 이 독지가는 전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고 성금을 냈다고 한다. 2012년 12월에도 모금회 직원을 근처 국밥집으로 불러내 1억2000만 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전했다고 한다. 직원이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으나 남몰래 돕고 싶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그가 낸 성금은 3억44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다수의 사람들은 기부현장이 뉴스 화면의 중심이 되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기부금 행사를 한다. 어떤 형식으로든 나눔을 실천하는 행위는 좋은 일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를 리가 없는 세상에서 얼굴 없는 천사가 있다니 살 만한 세상이다. 천사의 얼굴이 어찌 없겠냐만은 굳이 얼굴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해마다 세밑이면 행복을 나누는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 노송동 주민들과 대한민국을 감동시키는 14년째 선행을 이어오는 이 천사의 기부는 작년 12월 28일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해 총 3억46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단다. 이름은커녕 나이, 직업, 거주지 등 모든 것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는 이 천사는 수년 전부터 방송사 카메라의 잠복추적도 피해가며 성금을 보낸다고 한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어렵더라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그의 쪽지만 있었을 뿐이다.

    천사란 하느님과 인간과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사자.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고 인간의 기도를 신에게 전하는 사자 역할이다. 엄숙하고 아름다울 것이며 또한 인간들이 고통스럽고 슬퍼할 때 위로가 되는 것이다. 노송동의 그분이나 대구의 그분도 천사임에 틀림이 없다.

    홍대 앞 인디밴드 또한 자선콘서트를 열고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소아백혈병을 앓고 있는 소녀의 사연을 담아 곡을 썼고 그 음원을 팔아 병원비를 보탰다고 한다. 기타를 좋아했던 열한 살 소녀는 기적처럼 병이 호전돼 공부방에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재즈 아티스트들이 여는 연탄프로젝트도 있다고 한다. 이 자선공연 프로젝트는 공연을 통해 독거노인에게 연탄을 전달하고 저소득층 청소년을 돕는다고 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홍대 인디밴드들이지만 음악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뮤지션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가진 재능으로 희망을 만들고 사랑을 노래하는 천사들이다.

    주변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부천사들이 많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자선냄비에 익명으로 기부하는 따뜻한 손길이 많이 있어 그들로 인해 세상은 보다 밝고 건강하고 따뜻하다.

    희망으로 시작하는 새해 새달이다.

    1월은 생에 대한 강력한 의욕이 타오르는 일 년 중 첫 달이니만큼 무언가 욕망하고 계획한다. 이대로 더 나아지고 싶다는 동기 부여에서 출발해서 연말까지 결행에 옮겨가며 보람을 찾아야겠다.

    옥영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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