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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좀 내려놓으면 안될까요?/이슬기기자

  • 기사입력 : 2014-01-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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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봉사활동 동행 취재로 라오스에 다녀왔다.

    초등학교에서 페인트칠을 해주다 라오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봤다. 아이들은 한쪽에 가방을 던진 채 ‘땅따먹기’와 비슷한 놀이를 하고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행여 상대편의 방을 밟을까 깨금발을 하며 고무줄놀이로 오후를 보냈다. 가위바위보로 한 친구에게 책가방을 몰아주고 신나서 집으로 가던 때도 있었다.

    무거움을 견디지 못한 친구가 길바닥에 가방을 떨궈 흙이 묻어도 털면 그만이었다. 그때 책가방은 열린 필통 사이로 나온 연필로 엉망이 되기도 했으며, 쉬는 시간 교실에서 뛰어놀다가 가방에 걸린 친구가 넘어져 찢어지기도 했다.

    지난 9일 창원 한 백화점. 10만 원에서 최고 30만 원 후반에 이르는 책가방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한 브랜드 매장은 오후 4시에 20개나 소진됐다.

    매장 직원은 “한 명, 많아야 두 명일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가방을 선물해주고 싶은 학부모님들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충분히 이해가 되고 가방도 예뻤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이 가치를 알까?

    초등학교 교사인 지인에게 “요즘 입학한 아이들이 가방의 가격과 가치를 아느냐”, “더럽혀지면 학부모들이 속상하겠다”고 말을 건넸다.

    그는 반문했다. “어떻게 브랜드를 알겠어요. 그런데 가방이 더럽혀질 일은 거의 없죠. 요즘 학원에 안 빠지려고 병원도 학교 수업시간에 가고, 학원 가야 하는데 왜 청소를 시키냐고 전화까지 오는 걸요. 요즘 아이들 가방 내려놓을 시간 없어요.”

    작은 어깨로 학원책까지 들고 다닐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 위로 가난하지만 꽃을 꺾어 반지를 만들고 마음껏 뛰어노는 라오스 아이들이 겹쳐졌다.

    책가방은 누굴 위해 무거운 건가. 이제 아이들 가방 가격도, 무게도 좀 내려놓으면 안 될까.

    이슬기(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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