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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공칠과삼(功七過三)- 공적이 7할이고 과실이 3할이다

  • 기사입력 : 2014-01-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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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4년 2월 1일 필자가 북경사범대학(北京師範大學)에서 1년 반 동안 방문학자로 생활하기 위해 가족을 이끌고 북경에 도착했는데, 공항에서부터 곳곳에 모택동(毛澤東)의 흉상이 있고, 각 대학 본관 앞에 사람 키의 4~5배 되는 석상이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모두 막 새로 세운 것들이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만 10년 동안 문화혁명(文化革命)을 일으켜 많은 문화를 파괴하고 학자나 지식인들을 죽이고, 경제를 무너뜨려 중국을 30년 이상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모택동이 어떻게 여전히 존경을 받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석상, 동상, 흉상 등을 많이 세운 것은, 1993년 12월 26일이 모택동 탄신 100주년이었기 때문이고, 그것을 기념한다고 각 관공서나 학교에서 다투어 상을 세우고 기념행사를 벌였던 것이었다.

    모택동 사후 실권을 잡은 등소평(鄧小平)은 모택동에 의해 문화대혁명 때 부총리로 있다가 지방으로 추방돼 농기구공장에서 나사 조이는 직공으로 고생했던 인물인데, 어떻게 보복을 안 하고 모택동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용납하는가 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얼마 지난 뒤 친한 교수에게 물어봤더니, ‘공엄기과(功掩其過·공적이 그 허물을 가린다)’라고 네 글자를 써 보였다. 모택동이 말년에 과오도 크지만, 공이 더 크기 때문에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슨 공이냐고 했더니, 그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편전쟁(阿片戰爭) 이후 1949년까지 중국은 서양 열강과 일본의 반식민지 상태였고, 중국 국민들은 완전히 희망을 잃고 자신들을 ‘동아병부(東亞病夫·동아시아의 병든 사나이)’라고 멸시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모택동이 나서서 외세를 다 물리치고 마침내 중국을 완전히 독립시켰습니다. 그리고 밥을 먹게 만들었고, 마약과 매춘 등으로 찌들린 중국을 건전하게 다시 살려냈습니다. 그래서 말년에 문화혁명으로 중국을 혼란에 빠뜨린 과오가 있지만, 중국 백성들은 여전히 그를 존경하는 것입니다. 등소평도 모택동의 기반 없이는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모택동을 존경하는 바탕 위에서 자기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지난 2013년 12월 26일은 모택동 탄신 120주년이라고 중국에서 대대적으로 기념행사를 했다. 그의 고향인 호남성(湖南省) 상담시(湘潭市) 소산(韶山)에는 매일 참배하는 사람들로 줄을 이었고, 지금도 계속 몰려들고 있다. 10년 동안 홍위병들이 설치는 무법천지로 만든 사람에게 지나치지 않나 싶지만, 중국 대중들이 이러니 중국정부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정도로 존경받는 지도자가 없다. 대부분이 존경은커녕 심한 욕만 들어먹고 있다. 몇 가지 흠을 가지고 전체를 부정해 매도하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가 친일앞잡이, 독재자, 정치군인이라는 이름으로 매도되고 있고, 이런 흠이 없는 대통령이나 지도층 인사라도 반대파에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대상으로 삼아 배울 만한 인물이 한 사람도 없다.

    공이 크냐 과오가 크냐를 보고, 공이 크면 어느 정도 과오는 덮어주는 관용을 보여 우리 스스로 우리의 지도자를 인정해 나가야 하겠다.

    박근혜정부 들어 국사교육을 강화한다고 하여 국사과목을 필수로 확정했지만, 역대 대통령을 인정하는 교과서는 하나도 없다. 자기 나라 지도자를 부정하는 시각을 어릴 때부터 심어주게 되면 학생들이 장차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이 생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 功 : 공적 공. * 七 : 일곱 칠.

    * 過 : 허물 과. 지날 과. * 三 : 석 삼.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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