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그녀들- 정이경
- 기사입력 : 2014-01-1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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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무렵 예기치 않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다짜고짜 국수를 사 주겠다고 하였다
단순해진다는 것은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갔다거나
다가왔다는 뜻이리라
중원로터리 쪽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다시 울리는 벨소리
경화시장의 촌국수집으로 장소가 바뀌었다고
이미 한통속이 되어 그 어디라도 갈 수 있겠다 싶어졌다
약속이나 한 듯 또 열려있지 않던 촌국수집
쉽사리 미련을 버리지 못한 우리는
등받이 없는 긴 의자가 있던 진주국수집에 앉았다
처음 간 ‘국시’집의 문이 닫힌 사연을 무슨 연애담처럼 풀어내면서
긴 국수가락을 뜨거운 여름날과 함께 걷어 올렸다
옛날촌국집 시장국밥집 서울떡집이 있던 경화시장은
몇 시간째 하품을 하는 중이지만
☞ 의기투합 국수 먹으러 갔어. 시장난전 쥐가 들락거릴 것 같은 하수구와 낡은 나무 의자를 가진 허름한 국숫집. 뜨거운 여름이면 어때, 그녀 얼굴에는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 때문에 계절 구분 없이 벚꽃 잎 환하게 흩날리고 있었어. 그렇지 그녀 가슴에는 승객 넘쳐나는 경화역과 오일장 서는 경화시장이, 봄날 안부처럼 자리 잡고 있었던 거지. 시인의 순수한 시선은 가볍게 나눈 농담마저 국수면발보다 더 쫄깃한 시가 만들어졌지만, 바라보는 우리는 함께 먹은 즐거움으로 오랜 세월 친구를 기억하게 될 하루였는지도 몰라. 멸치 진하게 우려낸 구수한 육수 한 그릇의 우정을 남김없이 후루룩 빵빵하게 마신 배부른 하루였는지 또 몰라. 김혜연 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