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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용간위난(用諫爲難)- 간언을 실행하는 것이 어렵다

  • 기사입력 : 2014-01-2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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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를 통치하는 데 있어서 1인자와 2인자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한때 중국 공산당에서 모택동(毛澤東)보다 상급자였던 주은래(周恩來)는 중공정부가 건립된 뒤 197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모택동 아래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1970년대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이 한창일 때, 인민대회당에서 모택동에게 브리핑하면서 지도를 바닥에 펴고 무릎을 꿇은 채 뿔뿔 기면서 설명을 했다고 한다. 왜? 자칫 잘못해 모택동의 비위를 건드리면, 추방되거나 죽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강직하게 바른 말로 건의하거나 지적하거나 충고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윗사람의 잘못을 지적하여 바로잡는 말을 간언(諫言)이라 한다. 역대의 제왕 가운데는 간언을 아예 받아들이지 않는 임금도 있었고, 간언을 듣기는 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않는 임금도 있었고, 간언을 듣고서 실천에 옮기는 임금도 있었다.

    역사상 신하 가운데 간언을 잘한 대표적인 사람을 친다면 당(唐)나라 태종(太宗) 때의 정승 위징(魏徵)을 꼽을 수 있다.

    당 태종은 황제가 되는 과정에서 자기 형과 아우를 죽였고, 아버지 당 고조(高祖)를 핍박해 황제 자리를 물려받았으므로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컸다. 그러나 당나라 임금 가운데서는 정치를 가장 잘했고, 중국 역사상으로도 상당히 성공한 임금이라 평가된다. 여기에는 위징이라는 신하의 강직한 간언의 공이 컸다. 위징 같은 신하를 만났기 때문에 괜찮은 임금이 될 수 있었다.

    마치 광석이 제련되려면 솜씨 좋은 제련기술자가 필요한 것과 같다. 위징은 본래 형인 이건성(李建成)의 참모였다. 당 태종이 된 이세민과는 반대 진영에 서 있었다.

    “아우인 이세민(李世民)이 화근이니 빨리 죽여야 한다”고 이건성에게 건의했다. 이건성이 미적미적하는 사이에 이세민이 선수를 쳐서 이건성을 죽이고 임금이 된 것이다.

    위징은 당 태종 앞에 끌려 나가 신문을 받았다. 그는 태연하게 “내 말대로 당신을 죽였으면, 오늘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의 당당한 태도를 보고 이세민이 위징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다.

    하루는 정사를 끝내고 내전으로 들어온 태종이 화를 못 참고 씩씩거리고 있었다. 황후가 “왜 그러십니까?”라고 물었더니, 태종은 “위징이란 놈이 사사건건 물고 늘어져 나를 욕보이니, 이놈의 목을 베어야겠소”라고 했다.

    그러자 황후가 큰절을 올리면서 “축하하옵니다”라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라고 태종이 물었다. 황후가 “옛말에 ‘임금이 현명하면 신하가 강직하다[君明臣直]’라고 했습니다. 지금 신하가 강직하게 바른 말을 하니, 폐하께서는 현명하신 게지요”라고 대답하니, 태종의 노여움이 풀렸다 한다.

    아무리 강직한 신하가 있어 간언을 하려고 해도 임금이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죽음을 무릅쓰고 간언을 할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고 간언을 하기는 어려우므로 간언을 듣는 쪽에서 관대하게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 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 用 : 쓸 용. * 諫 : 간할 간. * 爲 : 할 위. * 難 : 어려울 난.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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