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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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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 하사분쟁(何事紛爭)- 무슨 일로 어지러이 다투나?

  • 기사입력 : 2014-02-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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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면 정말 탄복할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 있다. 공정하고 관대하고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곳곳에 있다. 그러나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이 의심이 갈 정도로 마음 쓰는 것이 못된 사람도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약 30%만 양보하면 남과 다툴 것이 없고, 자신이 즐겁고 세상도 넓게 보인다. 모든 문제도 해결되고 남들과의 갈등도 해소된다.

    대만(臺灣)의 어떤 불량한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길에서 시비가 생기면, 상대방을 겁주어 보험 청구 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겠다는 생각에서 차 안에 망치, 칼, 도끼 등을 넣어 다녔다.

    그러다가 조그만 접촉사고가 나서 도로 위에서 시비가 붙었다. 점점 시비가 커져 결국 도끼를 휘둘러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입혀 결국 사망자까지 생겨, 그 젊은이는 살인범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 꼭 사고를 내겠다고 망치 등을 싣고 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남에게 꼭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무기를 가지고 다니다가 결국 일을 냈다.

    요즈음은 좀 나아졌지만, 우리나라 도로 곳곳에서 자동차 사고로 시비가 빈번했다. 그러나 자동차를 이용한 지 오래된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자동차끼리 접촉사고가 나거나 충돌이 생기면 먼저 상대방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명함 교환하고 자기가 가입한 보험회사 알려주고 즐겁게 인사하고 헤어진다.

    그러면 보험회사에서 알아서 다 해결한다. 우리는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가해자가 될까 두려워, 혹은 보험 판정에 불리할까 걱정해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먼저 큰소리로 고함을 친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단순히 국민소득만 높아서는 안 되고, 사소한 이런 면에서 다 정상적이 되어야 한다.

    요즈음 주거가 대부분 아파트로 바뀌면서 아랫집과 윗집 사이에 분쟁이 심각하다. 시비는 물론이고 살인까지 있었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동료끼리 아래 위층에 살다가 서로 원수가 된 경우도 있다. 멀리 있는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하고 싸우고 나면 본인이 제일 불편하고 괜히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해야 한다.

    만약 자기를 욕하고 다니는 사람 있어 참지 못 하고 고소를 하게 되면, 자신이 먼저 괴롭다. 변호사에게 찾아가서 사정을 하소연해야 하고, 법원에 가서 젊은 판사 앞에 서서 질문에 답변해야 하고, 또 마지막 판결이 날 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려야 하고, 변호사비, 소송비 등 비용도 만만찮고, 재판 날짜에 맞추어 어떤 일이 있어도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설령 승소해서 상대를 처벌받게 하거나 벌금을 물린다 해도 즐거울 것이 없다.

    명(明)나라 때 병부상서(兵部尙書)를 지낸 임한(林瀚)이라는 사람이 ‘자제들을 훈계하여(戒子弟)’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고 있다.

    何事紛爭一角牆, 讓他幾尺也無妨. 長城萬里今猶在, 不見當年秦始皇(모퉁이 담장 하나 무슨 일로 어지러이 다투는가. 남에게 몇 자 양보해도 해로울 것 없는데. 만리장성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 당시 진시황은 보이지 않네.)

    진시황이 백성들을 강제 동원하여 만리장성을 쌓고서 중국천지를 자기가 영원히 소유할 듯이 욕심을 냈지만, 그는 중국을 통일한 지 11년 만에 50세로 세상을 떠났고, 진나라는 그가 죽은 지 4년 뒤인 15년 만에 망하고 말았다. 명예, 이익, 권력 등을 얻으려다 그보다 더 큰 인간의 관계를 잃고 만다.

    * 何 : 어찌 하. * 事 : 일 사.

    * 紛 : 어지러울 분. * 爭 : 다툴 쟁.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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