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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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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91) 고성 ① 회화면 공룡엑스포 행사장~당항포 충무공 승전지

충무공 승전고 울렸던 그 바다와 공룡의 흔적

  • 기사입력 : 2014-02-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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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숭충사에서 바라본 당항포. 임진왜란 때 당항포해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고성엑스포 주 행사장.
    공룡엑스포 환영의 문.
    충무공 디오라마관.
    당항포 임진왜란 전승기념탑.



    올해 입춘은 유난히 추웠다. 그러나 겨울바람에도 봄바람이 숨어있다. 옛날부터 입춘절기가 되면 농촌에서는 농사 준비를 한다.

    내 작은 오두막 쉼터가 있는 함안면 한절골 마을에도 한겨울 말린 곶감을 시장에 내다팔고 한 뼘이나 자란 마늘밭에 퇴비를 주고 마을회관에 모여 떡국을 나누며 올해 농사를 의논한다.

    오두막 마당에는 광양 매화마을에서 시집온 홍매화가 2년째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소식을 전하려고 한다. 인근 지인의 목장에서 퇴비를 얻어 오두막 감나무와 매화나무에 후하게 듬뿍 주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봄은 집에서 만나는 것보다 길 위에서 만나는 것이 더 반갑다. 길 위에서 만나는 비는 만물을 소생시키듯이 길 주변으로 펼쳐지는 보리밭에 진한 생명을 불어넣었다.

    입춘 날 민가에서는 대문이나 집안 기둥에 입춘대길, 건양다경 같은 글자를 써 붙여 한 해의 무사태평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새해에도 모두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길 위에서…공룡엑스포 주행사장

    국도 14번을 따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을 지나 고성터널을 지나면 고성이다. 길을 나서면 산과 바다, 호수, 들판의 행복한 어울림이 늘 나그네에게 설렘을 준다. 고성으로 가는 국도 14번도 그런 아름다운 길이다.

    길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만들어지고 여유와 사색을 주던 오래된 길은 현대문명에 의해 사라져간다. 항상 빠른 것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우리는 빠름 속에서 행복의 가치를 느꼈는지 입춘을 보내는 길에서 생각해 본다. 이제 세상은 빠르지 않은 것이 없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가치를 말하면서도 몸은 늘 분주하다.

    여행에서 천천히 가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비행기를 타고 먼 거리를 가면 보이는 것은 하늘뿐이고 자동차로 여행을 가면 보이는 것은 간판과 신호등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더 많이 보이고 자전거를 타면 좀 더 많이 보인다. 뚜벅이처럼 두 발로 걸어가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여행을 행복하게 한다. 스마트폰 시대에 새로운 여행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걷는 것이다. 산길, 논길, 들길, 마을길을 걸으면 행복하다.

    창원에서 고성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딸기를 파는 노점상도 있지만 공룡 조형물과 밤이면 빛나는 산의 공룡그림이다. 고성이 공룡의 고장임을 느끼게 한다. 회화면 배둔리 삼거리에서 이정표를 따라 메타세쿼이아길을 5분 정도 가면 2012년 6월 10일에 끝난 고성공룡엑스포 주제관을 만난다.

    입구에 오토캠핑장이 있다. 젊은 세대의 문화로 떠오른 오토캠핑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진국의 여행문화를 참고할 만하다. 공룡엑스포 주행사장에는 오토캠핑장 외에 펜션과 당항포랜드도 함께 있어 가족 단위의 여행지로 추천한다.

    환영의 문을 지나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공룡이 반겨준다. 중생대공룡관 옆에 있는 생명환경 농업체험관은 어린이들 체험교육현장으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지나친 사용으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현재의 농업을 탈피해 자연생태계의 모든 개체가 살아 있는 생명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농업 환경을 보여준다.

    한반도 공룡발자국 화석관과 공룡테마관도 엑스포 당시 인기가 높았던 곳이다. 최첨단 5D영상으로 발자국 진품 화석과 한반도 공룡발자국 화석 모형을 보여주던 곳이다. 공룡발자국 탐방로를 따라 야외전시장, 백악기 공룡관으로 이어진다. 한적한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주행사장을 둘러보니 지난 1월 다녀온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알려진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이 생각난다.

    1929년 열린 라틴아메리카 박람회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마리아 루이사 페르난다 공작부인이 기증하여 조성됐다. 20세기 스페인 세비야 최고의 건축가 아니발 곤잘레스의 작품으로 극장식 반원형 건물 아래 채색 타일로 장식한 벤치가 유명하다. 벤치는 스페인 58개 도시의 휘장과 지도, 역사적 사건들을 타일로 장식한 것으로 타 지방에서 온 스페인 사람들은 고향과 관련된 곳을 기념촬영을 한다. 광장의 분수와 건축물을 둘러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건물은 시청사와 학생들의 체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광장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스페인의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여행 온 젊은 건축학도를 만나 우리나라에도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로 붐비는 스페인 광장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체험학습을 나온 아이들이 동양인인 나를 보고 “니 하오”를 외쳤다. 나는 “코리아”라고 소리쳤다. 작은 애국심인가 싶었다.



    ◆당항포, 충무공 이순신 승전지

    충무공 이순신 승전지가 있는 당항포로 걸음을 옮겼다. 당항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로 이름이 높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함대는 고성 북동쪽의 당항포에서 왜군과 맞서 두 번씩이나 크게 무찔렀다. 두 번째 승전고를 울린 때는 1594년이다.

    바다의 문으로 들어가 바닷가로 이어진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면 왼쪽 언덕으로 전승기념탑이 있다. 높이 20m의 이 탑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들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전승기념탑 뒤쪽에는 당항포해전관이 있다. 기념탑 아래쪽에는 직접 들어가서 살펴볼 수 있는 거북선도 있다. 초대형 투구로 조성한 충무공 디오라마관에서는 충무공 이순신의 일대기도 볼 수 있다.

    약간 위쪽에 충무공 영정을 모신 숭충사가 있다. 숭충사에서 바라보면 이순신 장군의 함대가 왜군을 무찌르던 바다 당항포가 한눈에 펼쳐진다. 임진왜란의 당항포해전은 제1차 당항포해전과 제2차 당항포해전으로 나뉜다. 제1차 해전은 임진왜란이 일어나던 해인 1592년(선조 25) 6월 5일(음력)부터 6일까지 이틀 동안, 제2차 해전은 2년 뒤인 1594년 3월 4일 치러졌다. 제1차 당항포해전엔 이순신의 전라좌수영 전선 23척, 이억기의 전라우수영 전선 25척, 원균의 경상우수영 전선 3척 이렇게 51척이 전투에 참가했다.

    6월 2일 통영의 당포에서 왜선 21척을 격침시킨 연합함대는 당포에 정박해 전략 회의를 하던 중 거제도 주민들로부터 고성 당항포에 왜선이 피신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다. 연합함대는 6월 5일 아침 안개가 걷히자마자 당항포로 진격한다. 조선 수군은 왜군의 육지 탈출 봉쇄와 주민 보호를 위해 왜선을 바다 한가운데로 유인한 뒤 포위하고 맹공을 가했다. 왜선 대부분은 여기서 격침됐고, 도주하는 나머지 왜선들도 모두 추적해 불살라버렸다고 한다. 이때 도망친 패잔병들을 소탕하기 위해 작전상 왜군의 전선 한 척을 남겨 두었는데, 이 역시 이튿날 새벽 조선 수군이 불태워버렸다.

    제2차 당항포해전은 1594년 3월 4일에 벌어졌다. 이는 조선 연합함대 124척이 참가한 대규모 해전. 여기서 조선 수군은 왜선 31척을 격파하는 전공을 올리며 또다시 압승을 거뒀다. 당항포는 지세가 동쪽 입구는 닭의 목처럼 좁은데, 안쪽엔 널찍한 만이 길게 형성돼 있고 서쪽은 막혀 있다.

    당시 왜군 함대는 왜 입구만 있고 퇴로가 전혀 없는 당항포로 갔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와 관련해 ‘기생 월이’에 얽힌 전설이 ‘고성의 겉살과 속살을 찾아서’(고성문화원, 정해룡 저, 2013년)에 전해온다. 1591년 가을, 승려로 가장한 일본 첩자가 무기정이란 술집에 왔는데 기생 월이는 그를 술 취하게 한 다음 그의 지도에서 당항만 서쪽이 바다로 연결되는 것처럼 지도를 조작했다고 한다. 즉 그녀는 고성반도를 섬으로 바꿔버렸던 것이다.

    비록 기생 월이가 전설의 인물이라 하더라도 23전 23승이라는 세계 해전사상 유례가 없는 대승을 거둔 데는 이순신 장군 이하 참모들의 빼어난 전술과 용감하게 적진으로 돌진했던 휘하 장졸들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여기에 물길 사정을 잘 아는 어부들, 왜선의 동향을 파악해 결정적인 첩보를 제공한 백성들의 희생정신이 더해졌을 것이다. 주변엔 당시 전투와 관련된 지명이 수도 없이 많이 남아 있다. 봉동리의 ‘어선개’는 아군의 함정이 어선으로 가장해 숨어 있다가 왜선이 만 안으로 완전히 진입한 뒤에 포위해 왜선을 격침시킨 격전지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맛집

    ★모모분식=?대표 최옥림. 고성군 회화면 배둔리 436-9 ☎ 055)673-4902. 자연산 회(5만 원/4인분)를 썰어내는 주인의 손맛이 각별하다. 갈치조림과 된장찌개(8000원)가 일품이다. 40년을 장사했는데 분식은 없다. 식당 간판을 바꾸면 단골들이 찾아오지 못해 그대로 두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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