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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48) 남해 금산서 바라본 상주 앞바다

반짝반짝, 파도치는 햇살

  • 기사입력 : 2014-02-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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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 금산에서 바라본 상주은모래비치. 겨울바다에 부딪힌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성승건 기자/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해수욕장이지만, 인적이 드문 겨울에 찾아가면 맑고 고요한 호수 같은 느낌을 받는다.

    부채꼴 모양의 해안 백사장이 시원스럽게 뻗어 있고 눈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작은 섬들이 바다를 감싸면서 밀려오는 파도를 막는다. 수면은 언제나 잔잔하고 4월의 미소처럼 조용하다. 하얀 백사장에는 연인들이 맨발로 걸으면서 낭만을 만끽한다.

    뒤편으로 소금강산이라고 일컫는 남해 금산을 배경으로 송림이 둘러싸여 잔잔한 물결과 조화를 이루면서 전통적인 산수화의 정취를 자아낸다.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 앞바다에 위치해 해수욕장으로 명성을 날리는 상주은모래비치는 찾는 사람들마다 천혜의 비경에 감탄을 쏟아낸다. 하얀 도화지에 코발트색 물감으로 바다를, 은빛으로 모래를, 짙푸른색으로 산과 송림 등을 칠하면 한 폭의 수채화가 금방 완성될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상주은모래비치는 해마다 여름 한철만 해도 100여만 명의 손님이 찾을 정도의 해수욕장으로도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수욕장이 이름값을 하려면 모래와 숲과 맑은 바다를 가져야 하는데, 이곳은 한두 가지 조건만을 갖춘 대부분의 해수욕장들과 달리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파도가 잦은 서해안과 달리 잔잔한 남해의 해수욕장을 느끼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반달 모양으로 해안을 굽이돌면서 2㎞(너비 100~300m)에 이르는 주단을 깔아 놓은 듯한 하얀 백사장의 모래는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 가루를 뿌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자체가 충분히 아름답고 자랑거리다. 아마도 상주해수욕장의 이름이 지난 2007년 상주은모래비치로 바뀐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백사장에 신발을 벗고 직접 서면 발밑의 감촉에 놀라게 된다. 모래알이 아주 곱고 부드러워서 넘어져도 아플 것 같지 않다. 모래밭을 덮는 파도는 발밑의 감촉이 부드러운 이유를 조심스럽게 설명해 준다.

    밀려오는 파도결에 드러나는 예쁜 조개와 조가비들도 찾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제공한다. 남자친구가 연인에게 조개 등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걸어주는 모습도 한 번쯤 볼 수 있다.

    바다 물빛은 주변에 강물이나 다른 오염원이 없기 때문에 밑바닥 모래알을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맑고 깨끗하며 유난히 파랗다. 바다 밑은 기복이 없고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수심은 채 한 길도 안 될 정도로 얕기 때문에 어린이들 물놀이에도 알맞다.

    파란색 바닷물도 햇빛이 비치면 보석처럼 빛나면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낸다. 바다 한가운데 햇빛이 내리쬐어 물 위로 반짝반짝 빛나면서 금은빛 물결로 물들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날씨가 맑은 날에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상주은모래비치 앞바다를 보면 이런 장관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여기에다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 위로 조그만 고기잡이 배가 지나가면 그 모습은 더욱 인상적이다. 카메라로 그 순간을 포착한다면 멋진 풍경에 감탄할 것이다.

    한밤 금산 보리암에서 상주은모래비치와 남해 바다의 풍경을 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둘다섯’의 히트곡 ‘밤배’를 떠올리면 된다. ‘검은빛/ 바다 위를/ 밤배 저 밤배/ 무섭지도 않은가봐’로 시작되는 이 노래의 가사는 둘다섯 멤버인 오세복이 1973년 남해를 여행하던 중 금산 보리암에 머물면서 상주 앞바다에 떠다니는 밤배의 불빛을 보고 지은 것이라고 한다. 그는 “당시 발아래는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상주해수욕장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고 한 사이버카페를 통해 회고했다. 그는 또 “아직도 금산 보리암에서 바라본 밤바다의 작은 불빛, 그 밤배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사장을 감싸고 있는 울창한 송림 또한 상주은모래비치의 볼거리다. 잔잔한 물결과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송림에는 9000여㎡ 규모의 대지에 키 큰 노송 수백여 그루가 빽빽이 들어차 있어 한여름 해수욕장의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는 일산(日傘)의 역할도 해낸다.

    상주은모래비치 뒤편에 위치해 각종 기암괴석 등으로 보는 이를 유혹하는 남해 금산과 보리암은 가까이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느낌을 제공한다. 산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한 폭의 풍경화에 압축해서 담아낸 듯 상주은모래비치의 좋은 배경 역할을 하고 있다. 한 폭의 멋진 그림이 완성되려면 다양한 주변 풍경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제 봄을 앞두고 겨울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아직은 인적이 적은 상주은모래비치에서 은빛모래 위를 걸으면서 잔잔한 호수의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겨울바다의 호젓함을 맛보고 나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인근 남해 금산과 보리암도 함께 들러 남해의 절경을 본 뒤 이곳의 특산물인 죽방렴 멸치회로 마무리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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