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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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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좋은 동반자- 옥영숙(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4-02-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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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겨울올림픽이 소치에서 열리고 있다. 올림픽 개막전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초대형 국가 홍보무대였다. 엄청난 돈과 시간이 투입된 첨단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훌륭한 무대였다. 단연 강대국으로의 복귀를 꿈꾸는 러시아의 집념을 가장 잘 드러낸 상징물은 트로이카였다. 또한 오륜기가 사륜기가 돼버린 초대형 실수에 대한 해명도 원래 완벽한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그냥 잊어버리고 나머지 쇼를 감상하면 된다고 했다.

    출전한 선수 못지않게 각국 정상들의 외교전도 뜨겁다. 과거사 영토 갈등을 겪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개막식에서 악수조차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두 정상은 센카쿠 영유권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역사적인 문제로 스포츠 외교전을 벌였다. 마음만 먹으면 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었지만 끝내 눈길조차 주지 않고 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영토문제로 틀어졌던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는 아베 총리가 집권하면서 급속하게 가까워졌다. 일본 언론들이 양국 정상의 움직임을 자세히 보도하며 국제사회에서 고립 탈피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이란 해석이다.

    겨울올림픽 하면 자메이카에서 동계올림픽 출전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쿨 러닝’이 생각난다. 겨울이 없어 1년에 한 번도 눈이 내리지 않는 자메이카에서 겨울스포츠 봅슬레이를 연습하여 캐나다 캔버러 동계올림픽에 참가한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자국에서 경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면서도 각고의 노력으로 출전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썰매가 고장 나는 사고로 인해 썰매를 어깨에 메고 결승점을 통과하여 수많은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돼 오랫동안 우리들의 가슴속에 남는 영화였다

    우리나라에는 ‘국가대표’라는 유사한 영화가 있었다. 스키를 좀 탔다는 이유로 뽑힌 이들이 모여서 국가대표팀이 결성되고 대한민국 최초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된다. 꿈을 향한 5인의 도전이 아름다웠고 실패를 거듭할수록 꿈을 키우는 영화로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

    좋은 취미는 노후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자 동반자이다. 여러 가지 취미 중에 운동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등산이나 수영, 자전거 라운딩은 혼자 할 수 있지만 대개는 동반자가 필요한 운동이 많다.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골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때 좋은 동반자와 함께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무원칙주의자나 자의식이 강한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은 고행이다. 희생을 원하는 것도 아닌 자기 위치만 지켜주면 되는 일인데 그런 열린 가슴으로 상대를 대하기가 싶지 않나 보다.

    입춘을 지나 우수가 머잖았다. 어디선가 매화가 벙긋벙긋 피어나고 진달래 꽃잎도 먼 산에서부터 봄 길을 열고 있다. 어디에선가 선남선녀들의 결혼식도 봄꽃처럼 아름답게 피고 있다. 서로에게 좋은 아내이고 남편은 무엇인가.

    우리는 길을 갈 때 빨리 가고자 하면 혼자 가면 되지만 지치지 않고 먼 길을 가자면 함께하는 친구가 필요하다.

    사람은 태어나 성장하면서 놀이방에서부터 친구를 만나게 된다. 조금 더 자라 학교에 입학하면 반 짝지를 만나게 된다. 매년 학기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맞이할 짝지에서부터 직장의 동료, 사회집단의 구성원으로, 함께할 동반자를 만날 때까지 수없이 많은 만남을 갖는다. 좋은 동반자란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름을 남기기 위해 친구를 사귀고 남에게 봉사를 한다.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또한 이익만 생각한다면 계산적이니 추하다.

    어떤 만남은 우연히 맺어졌지만 그런 우정이 서로 이해관계로 발전하고 영혼을 나누기도 한다. 그 가운데 진정한 동반자를 만나기도 한다. 얼굴이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그 사람의 진심이나 깊이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좋은 벗을 가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좋은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한다.

    옥영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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