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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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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봄날을 기다리며!- 서 휘(창원문성대학 문헌정보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02-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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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춘과 정월대보름이 지나가고 곧 우수와 경칩이 다가옵니다. 올해는 유난히 추운 날이 많으니 더욱 따뜻한 봄날이 기다려집니다. 인생의 가을 문턱에 서 있는 저에게 봄날은 매번 제 인생의 봄과 여름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다가올 인생의 겨울이 그리 두렵지 않음은 지나온 계절에 수많은 이들의 큰 도움을 받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계절의 변화가 극명한 우리나라에 태어났음이 어쩌면 인생의 설계에 도움이 되었을 것도 같습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과 같은 사계절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처럼 고통스럽고 외롭고 섭섭하고 괴로운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힘들고 고통스런 일들이 해결되면 모두 그 일을 잊고 즐거워만 합니다. 그 고통스러운 일들이 누군가의 수많은 도움에 의해 해결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만의 힘만에 의해 해결된 듯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물론 봄처럼 그분들은 도와주었다는 공치사를 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의 글을 소개합니다. 봄은 문맥에 따라서 계절의 봄이나 부모님을 뜻합니다.

    ‘4월 그리고 중순, 이미 와버린 봄소식이 우리를 무척 당황케 한다. 겨우내 어둡고 추워했던 마음은 모두 잊어버린 채, 만발한 봄 향기에 흠뻑 취하고 말았다. 지난봄 다짐했던 수많은 약속을 올해도 깨닫지 못한 채 그냥 맞아들이고 말았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아지랑이 하늘거리는 들녘의 모습을 내 귀로, 내 눈으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봄은 벌써 지나가고 있었다. 화사한 벚꽃에 취한 밤하늘도 이제는 푸른 산과 들에 잠기우고 있었다.

    나무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소리, 따사로운 햇살에 고개 내민 꽃망울을 마음에 담아두지도 못했는데, 봄은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실바람에 담겨온 희망의 씨앗에 귀 기울이지도, 고개도 숙여주지 못한 채 마음의 뜨락은 팔 안 가득 희망의 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은혜와 평화, 사랑과 진실 그리고 버거운 관심에 대해서 이번 봄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채 이미 받아버렸다. 타인에게서 피어난 화려한 꽃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음을, 스스로에게서 피어난 고귀한 꽃을 자랑할 수 있음에 대해서 고개 숙여주지도 두 손 모아주지도 못했는데 봄은 환하게 웃으며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봄이 가기 전에, 여름이 오기 전에 들려주어야 했었다. 아름답게 변할 희망의 씨앗을 스스로 뿌려줄 수 있음과 이미 움트고 있는 희망의 새싹을 이제는 우리가 알려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서 희망과 소망이 활짝 꽃피우는 날, 봄처럼 환하게 웃으며 손짓할 수 있음을 전해주어야 했었다. 가는 봄을 붙잡고서라도 들려주어야 했었다.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이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우리가 들려주어야 했었다. 내년 봄엔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지켜보련다. 그래서 느껴보련다. 봄밤 소박한 희망의 씨앗에서 새싹이 움트는 소리를 마음의 뜨락에 담아보련다.’

    우리는 고통스러웠을 때 자신 주변을 흐르는 물소리, 아지랑이, 바람소리, 따사로운 햇살을 느껴야 하며 이들로 인해 움튼 희망의 새싹과 꽃망울을 마음에 담아두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화려한 꽃이 피어나면 봄은 잊혀진 계절이 됩니다. 잊혀진다고 해도 봄은 원망하지 않습니다. 다만 대견해하며 스러져 갑니다. 그렇더라도 가는 봄에 들려주어야 합니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이제는 자신이 당신처럼 봄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제는 제 차례입니다. 제 아이와 제자들이 자신의 곁을 봄이 떠나더라도 이제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남아 있는 자신을 걱정하지 말라는 마음을 전해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까지도 매년 찾아오는 봄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며, 인생의 가을 문턱에 서 있음에도 스스로의 모습이 나약한 것 같아 지나간 봄의 마음에 걱정만 가득하게 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서 휘 창원문성대학 문헌정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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