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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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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학 구조조정, 경쟁력 키우는 계기 돼야- 최해범(도립거창대학 총장)

  • 기사입력 : 2014-02-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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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령인구의 감소 등 대학 주변의 환경변화가 대학사회를 크게 술렁이게 하고 있다. 2018년부터 대입정원이 고교졸업생 수를 넘어서고, 급기야 2023년쯤이면 현재 56만 명인 대학정원을 최대 40만 명밖에 채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작금 대학 현실을 더욱더 암울하게 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지금까지도 대학을 둘러싼 여건이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대학이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정부가 대학의 구조개혁과 연계한 지방대 특성화 사업을 올해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시행한다고 밝힌 것에서도 사정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계획이 표방하고 있는 ‘지방 명품대학, 명품학과 육성’이라는 구호도 따지고 보면 대학을 구조개혁하고 그 체질을 통해 대학의 정원을 줄이겠다는 게 목적이다.

    대학 관련 형편이 이렇다 보니 대학 내부의 반응도 예전과 조금 달리 정부의 정책을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대학 스스로도 이대로는 곤란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학 자체의 몸부림이 지난번보다 다소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대학에 불어닥치는 비바람을 피할 수 없다면 결국 존립을 위해서는 자구노력과 고통분담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게다가 교육시장에 시장시스템이 생각보다 빠르게 유입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도 들린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바는 이왕 대학을 개혁해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작심했다면 제대로 된 결과물을 탄생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학부제니 일률적인 통폐합이니 하는 지난날처럼 연례적인 대학의 구조개혁이 늘 용두사미로 끝나곤 했던 점을 정부든 대학이든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의도를 넘어 이제는 대학의 존립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실질적인 대학특성화며 구조개혁이 추진돼야 하겠다.

    그리고 이번이야말로 단순한 인력감축이나 조직 축소가 최종점이 되어서도 곤란하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대학은 학생 유치에도 유리해져 향후 뒤따를 인원감축이며 통폐합 등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입학자원을 각 대학이 더 많이 확보하려면 결국 차별화된 교육환경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길이란 무엇일까? 우선 현재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무엇보다도 사회환경에 부합되는, 소위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내용을 과감히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 더구나 교육시장이 개방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신교육상품을 계속 창출해서 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처럼 사회구조가 복잡하고 전문화될수록 새로운 직종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즉 직업의 사이클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여기에 대학이 순발력 있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정부지원도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 정원감축은 곧 대학재정의 약화로 이어질 것인바 그 부문만큼은 적절히 메워 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경영이 어려운 대학에 대해서는 폐교는 물론 시장에서 빠져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했으면 한다. 요컨대 대학의 구조개혁은 개혁 자체에 방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강화하고 동시에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최해범 도립거창대학 총장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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