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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변명- 김석선

  • 기사입력 : 2014-02-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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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물을 흔들던 바람은

    떠나는 이유가 강물 탓이란다



    흔들어도 흔들어도 얼굴만 찡그릴 뿐

    마음 열지 않는 저 강물 탓이란다



    계절 몇 개를 끌고 다니다

    막다른 골목마다 내팽개쳐 놓고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단다



    기억도 사라지고 추억도 사라지고

    이제는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돌아갈 길을 잃어버린 바람은

    이게 모두 강물 탓이란다

    골목 탓이란다



    한 번도 속을 보여주지 않는

    골목 많은 내 마음 탓이란다





    ☞ 그녀가 가져온 나물을 큰 양푼이에 담아 비빔밥을 만들어 둘러앉아 먹은 적이 있다. 그 맛은 아직도 입안에 남아서 떠올릴 때마다 고소한 참기름 맛이 돈다. 나이가 많든 적든 그녀는 왠지 이웃집 언니처럼 정겹다. 불평을 해대도 ‘그래 맞다’ 고개 주억거리며 다독여줄 것 같다. 그래서 퍼질고 앉아서 입 크게 벌리고 음식을 먹어도 흉이 되지 않고 편하다.

    이런 그녀가 바람 골목 강물 심지어 기억과 추억까지도 모두 자기 탓이라는 반성의 시를 보내왔다. 속을 보여주지 못한 마음 탓이라고 아무짝도 쓸모 없는 착한 변명을 한다. 시인을 만나본 사람은 읽으면서 슬쩍 미안해진다. 나물과 밥의 알맞은 배합과 그녀의 넉넉한 진심이 조미료로 첨가된 최고의 비빔밥처럼 시인은 겸손이라는 숟가락을 우리에게 쥐여준 것 같다.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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