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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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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악어의 눈물- 최병선(전 경남은행 본부장)

  • 기사입력 : 2014-02-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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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어가 다른 동물을 잡아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악어가 음식을 삼킬 때 생리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게 돼 있어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어쨌든 악어의 눈물은 우리에게 ‘위선적인 거짓 눈물’로 알려져 왔고 우리는 그것이 때로 대단히 효과적인 속임수와 완벽한 변명거리가 되기도 하는 것을 보아온 것은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도세자를 8일 동안 뒤주 안에 가둬서 죽게 만든 영조가 나중에 크게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도 자기 변명에 불과하고, 조국과 민족을 위한답시고 울분의 눈물을 흘려가면서까지 나라를 책임졌던 구한말 위정자들, 결국 그들이 한 것은 일본 제국주의와의 야합이었다.

    또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민족을 대상으로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헤어지게 한 장본인이 오히려 남침이 아니라 북침을 했노라고 악어의 눈물식 강변을 하니, 이런 것이 대표적 위선과 거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디 그뿐이랴. 여자의 눈물 애정 공세에 넘어가 우여곡절 끝에 공직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어느 장관을 떠올리면 그 여자가 흘렸던 악어의 눈물은 그 위력이 참으로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개인적인 악어의 눈물은 어릴 때 외할머니댁에 가는 길에 발이 아파 죽어도 못 걷겠노라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떼쓰는 바람에 어머니의 등에 업혀 편안히 간 것이 그 시초였으니 품성이 썩 훌륭했던 것 같지는 않은 모양이다.

    최근 우리 사회 주변에서 살펴보면 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해 가는 것 같다. 내일이면 드러날 엄연한 현실을 부정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개인의 영달과 욕심을 위해 많은 사람을 속이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모든 현상의 바탕에는 배금주의의 못된 망령과 개인의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 순수와 정직과 신념의 본질을 더럽히고 지워가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배신과 증오의 좌판만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현상이 이제는 개인을 넘어 사회조직, 정당조직, 각종 이익단체로까지 확산되다 보니 이제는 내 편이 아닌 네 편은 공생할 상대방이 아니라 속이고 죽여야 하는 적이 돼버린 것이다. 역설적으로 타협과 중용과 포용의 미덕은 좀체 보기 힘든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이제 또 정치의 계절이 왔다. 벌써부터 서로간 신경전과 상대방을 흠집 내는 일에 혈안이 돼 있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동반자 정신은 없고 선의로 행한 일도 악의로 포장해 선전하는,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또 조그마한 일도 침소봉대해 금방이라도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가 하면 정상적인 업무처리도 어떤 식으로든지 흠집을 내려고 하고 있다. 이제는 유권자도 이런 사정에 정통하고 식상해하고 있다.

    보다 생산적인 정책대결과 인물대결로 가야 한다. 우리 지역 모 자치단체의 장이 연달아 세 명이나 수뢰혐의 등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사실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분들은 진정으로 자기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과 주민을 위한 일꾼이 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은 물론 모든 사람을 속이는 ‘악어의 눈물’ 식 정치는 정말로 지양돼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나 선거 후 남을 극심한 후유증 예방을 위해서나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정정당당히 승부하고 심판받아야 한다.

    새 봄이 이제 저만치 가까이 왔지만 아직도 높은 산들에는 흰 눈이 많다. 흰 눈은 순백이 주는 편안함과 청결함이 첫사랑의 순수를 떠올리게 하고 우리들 영혼을 맑게 해 주는것 같다.

    이쯤에서 우리는 우리들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나는 세상을 살아 오면서 몇 번 정도 악어의 눈물을 흘려 봤을까?


    최병선 전 경남은행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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