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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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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초군출중(超群出衆)- 보통 사람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

  • 기사입력 : 2014-02-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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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는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다. 논문 등 여러 가지 ‘글 빚’ 때문에 텔레비전을 보고 앉아 있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본래 스포츠는 좋아하는 편이라, 각종 경기의 결과는 가끔 알아본다.

    이번 소치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중계방송을 앉아서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가 피겨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느냐에 관심이 있어 지난 21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텔레비전을 켰다. 김연아 선수가 은메달을 땄다는 자막이 나오고,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채점이 불공정했고, 김연아 선수가 억울하게 당했다”는 내용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20일 1차전에서 심판들이 김연아 선수에게 점수를 너무 짜게 주어 0.28이라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러시아 선수를 이긴 것이 안 좋은 조짐의 시작 같았다.

    필자는 마음이 편협해서 그런지 몰라도, 김연아가 은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접하고부터는 너무나 실망해 소치 동계올림픽이란 소리도 듣기 싫었다. 금메달을 개최국 러시아에 강탈당한 느낌이 들어 매우 억울하고 분했다. “한국 임원들은 재시합을 요구하든지, 재심을 청구하든지 하지 않고 뭐하고 있나?”라는 원망하는 마음도 생겼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김연아 선수는 달랐다. 그 경기가 끝난 뒤 한 인터뷰에서 “어떤 결과든 받아들여야 한다”, “고생한 만큼 다 보여드렸고, 고생에 대한 보상을 다 받았다. 모든 게 끝났다”라고 했다.

    누가 봐도 월등하게 나은 경기를 했지만 편파판정으로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치고서도 이렇게 담담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고, 피겨 메달리스트이기 이전에 마음의 수양이 아주 잘된 상태이다.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나 선수로서의 매너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다.

    보통 사람들이 자기 돈 1만 원만 빼앗겨도 온갖 원망을 다 하는데, 60억 인구 가운데서 그 분야 최고 기량을 가진 사람이 차지할 수 있는 금메달을 빼앗기고도 초연한 자세로 대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올림픽 2연패를 했으면, 김연아 선수 자신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국민들도 더 환호했을 것이다. 그러나 잘되지 않았을 때, 울고 받아들이지 않고 올림픽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미련을 버리지 못해 깔끔하지 못한 조처들을 취하면, 김연아 선수의 지금까지의 좋은 이미지를 버릴 수 있다. 영예에 초연하여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가 금메달 하나 더 추가한 것보다 못하지 않다.

    4년 전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는 은퇴를 고려했다. 박수 칠 때 박수 받으며 떠나는 것이 인기 관리 면에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마라톤의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따고서, 2연패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은퇴하고 말았다. 4년 뒤에 꼭 딴다는 보장이 없고, 성적이 잘못 나오면 절정이던 몸값도 많이 떨어지는 것도 걱정되고, 그보다도 4년 동안 지옥훈련을 견뎌 내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는 과감하게 다시 출전했고, 2년여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기량을 회복했으며, 올림픽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다. 그런데도 은메달이었니 얼마나 실망스럽겠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깨끗이 승복하고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 김연아 선수는 영원히 그 이름을 남길 것이다.

    * 超 : 뛰어넘을 초. * 群 : 무리 군.

    * 出 : 날 출. * 衆 : 무리 중.

    - 보통 사람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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