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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영 시인 두 번째 시집 ‘좋은 구름’ 펴내

그의 시집은 심장이다, 두근거림이 있는…
사랑의 통증·시간의 눈물·슬픔의 깊이 노래

  • 기사입력 : 2014-02-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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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서영 시인


    그의 시집은 심장이다. 잘게 부순 시의 파편에 두근거림과 떨림이 있다. 그 떨림으로 사랑의 통증과 시간의 눈물샘과 슬픔의 깊이를 노래한다. 그래서 시를 쓰는 것일까.

    박서영 시인이 8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좋은 구름’(실천문학사 간)을 내놨다.

    이번 시집은 그가 심미적 사유와 감각을 빼어나게 견지한 시인임을 각인시킨다.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 지원을 받은 시집이라 의미가 더 각별하다.

    시인의 휴대폰은 메모로 그득하다. 순간순간 번뜩이는 사유를 놓치지 않는다. 이렇게 모은 ‘뼈의 문장’은 어김없이 재탄생한다. 그것도 별빛이 쏟아지는 새벽에 심장이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세계를 바라보고 펼쳐낸다.

    그의 시는 외형적으로 보면 다초점적인 내면의 풍경을 지닌다. 어떤 고안에 의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맺힌 감정의 틈바구니에서 조용히 새어 나오는 정서적 토로이자 몽상이다.

    그의 시선은 모든 게 살아 움직인다. 치타가 먹고 남긴 가젤도, 방금 지나친 천막집 의자도, 밤 하늘도 그의 심장이 닿으면 펄펄 뛰어다닌다. 떨리지 않고 뒤척이지 않고 흔들리지 않았다면 사랑이 아니듯, 그도 그러한 출렁임의 시간들을 깊숙이 간직한 ‘사랑의 심장’을 가졌다. 그래서 그를 ‘심장의 연금술사’라고 한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시를 놓겠다고 하는 것도 그래서일까.

    ‘울음의 엔진은 발끝에 있다/ 채송화 꽃 앞에 쭈그리고 앉은 여자도/ 해바라기를 올려다 보는 여자도/ 발끝에 온 힘을 집중한 채 울고 있다/ 발가락들은 찢어진 꽃잎/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심장에 뿌리 내린 채/ 꽃의 갈기를 흔들어댄다/ 열 개의 음표를 말없이 주무르다 보면/ 음악이 주룩주룩 흘러내리는데/ 눈물은 내려 채송화를 적시고/ 때론 솟구쳐 해바라기를 적신다/ 심장이 어디까지 멀리 갈 수 있을지/ 돌아온 심장은 처음의 그것이 아니다…’(시 ‘맨발’ 전문 중 일부)

    그의 시는 고통과 애환과 허무와 의욕과 욕망이 모순되게도 뒤섞여 있다. 뒤섞임 속에서 무정형의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려는 몸짓은 사금파리의 가루들과 섞여 자신을 온몸으로 다스리는 말할 수 없는 아픔과 절망 그것이다. 그가 쪼그리고 앉아서 우는 이 시편은 삶의 질곡과 서러움과 한을 고스란히 녹여낸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삶을 지탱하는 이들에게 그 자신을 토로하고 위로한 것과 같이 뜨거운 눈물의 얇은 덮개를 만들어 주고 있다.

    그의 첫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가 낙태와 방랑의 모티프를 근간으로 한 여성의 격정적인 아픔과 절규의 목소리였다면 이번 시집은 고통의 파편들을 자신의 표면에서 가까스로 얇게 봉인해 버리고 자신의 안을 향한 내성적인 자리를 드러낸다.

    최라영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편이 그녀의 처녀 시집과 대비를 보여주는 점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비루한 일상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며 “그는 그들의 모습을 엑스레이와 같은 시선으로 관찰하여 스케치한다”고 평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박 시인은 다른 이들로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심장으로 그 심장이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세계를 바라보고 펼쳐내는데 그 순간 우리는 구름과 노을과 여자의 심장이 한 프레임 속에 찍힌 것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심장의 마지막 직업으로 수행한 뜨겁도록 절절하고 서늘하도록 아름다운 기억들과 흔연히 만나게 된다”고 평했다.

    ‘태양과 달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처럼, 아직 오지 않았고 아직 떠나지 않은 당신과 걷고 싶다.’ 시인의 말이다. 1968년 고성에서 태어나 199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가 있다. 이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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