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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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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록스- 김 루

  • 기사입력 : 2014-02-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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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더록스 *

    네 슬픔이 긍정이란 말은 삼가 줄래 검은 타이 깊게 조여 전율하는 감정까지 지배하려는 건 죄악이야

    밤이 시리다는 표정으로 너를 찾지는 않아 비둘기의 입술이 우스꽝스러워 장엄하게 비상하지 못할 거라는 편견,

    너의 연미복을 강요할 때 난 미친 듯이 마시지

    오랜 시간 침묵을 들이키다 보면 틈이 없는 검은 네 실크덩어리,

    배설물로 흘러내릴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곤혹스러워하는 네 표정 사랑스러워 키스키스키스

    얼음덩어리로 삼켜버린 치통의 사랑 견디며

    비밀스런 방안에서 잉태한 여자처럼 도해 속 코뿔소 다리 사이로 순산하는 저녁은 투명할 뿐

    독한 밤을 채워 너를 자꾸 권하지는 마

    *온더록스(on the rocks)= 유리잔에 얼음덩어리를 넣고, 거기에 위스키와 같은 주류를 넣어 마시는 것.



    ☞ 그녀의 시에는 한자 한자 상처가 그려져 있다고 생각했지. 왠지 너에게는 슬픔이 자꾸만 보여 냉큼 말해줄 뻔 했지. 어쩌다 바라보는 눈빛이 가끔씩 웃어주는 입 꼬리가 한없이 여리다고 느꼈지만 마음 주고받지 못하고 자꾸만 갈렸지. 침묵을 깨고 그녀가 마법처럼 내 가슴에 살며시 속삭여주었는지 몰라. 독한 밤을 채워 너를 자꾸 권하지는 마. 변덕스럽게 그 후 그녀의 시가 달콤한 칵테일처럼 들어왔지. 투명한 유리잔 속에 감추어진 붉은 색깔이 비로소 읽혀졌지, 취한다는 말은 시인이 건네준 뜨거운 한 잔의 위로, 가끔은 허물없이 네 표정 사랑스러워 키스키스키스 시린 밤을 위하여 미친 듯 비밀스런 건배를 이제 마음껏 나누게 될지도 모르지 뭐.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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