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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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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스마트한 전기기술과 창조경제- 김호용(한국전기연구원장)

  • 기사입력 : 2014-03-0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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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를 좀 더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없을까? 전기는 집에 들어와 있고, 그냥 쓰면 되고, 쓴 만큼 요금을 내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전기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전기에 대해 좀 아는 사람이라면 왜 전기요금 누진제와 심야전력 요금제가 있는지 대충 이해가 갈 것이다.

    먼저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피크부하에서는 생산비용이 비싼 발전기를 추가로 운전해야 하므로 전력공급 비용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반대로 심야에는 전력부하가 줄어서 생산비용이 낮은 발전기를 가동해 저렴하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므로 심야요금이 저렴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밤중에 요금을 낮게 해서 낮에 덜 쓰고 밤에 많이 쓰게 하는 심야전력 요금제도를 사용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제 심야전력 보일러, 비닐 하우스 난방 등 오히려 밤중에도 전기를 많이 쓰는 상황이 돼 심야에도 비싼 발전기가 가동되는 상황이 됐다.

    이렇게 전국 전력부하의 변동에 따라 가동돼야 하는 발전기가 달라지고 따라서 실제로 전력 생산비용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전기를 스마트하게 사용한다는 의미는 전기소비를 줄여서 에너지를 절감한다는 것은 물론, 전기생산비용이 높아지는 피크시간대의 수요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왜냐하면 피크시간대에는 더 비싼 발전기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소비를 줄이는 스마트한 방법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계 동계 피크시에는 일 년 중 가장 소비가 늘어나는 시간대가 있다. 우리나라 전력피크 시간은 여름철 냉방부하가 증가하는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 겨울철 난방부하가 증가하는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가 된다. 이 시간대에는 생산비용이 높은 발전기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또한 일 년에 불과 며칠간의 전력피크에 대비해 발전기를 예비로 더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대규모 공장들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일반 소규모 전기사용자들은 일 년 내내 kWh당 같은 전기요금을 지불하고 있으며 시간대별 차등요금은 없다. 따라서 엄격히 말해서 피크시간대에 소비자는 굳이 전기를 절약해야 할 동기가 없으며 다만 정부의 전기절약 동참 호소에 국민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을 다르게 정한다면 사정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즉, 전력 사용량에 따라 전기 요금을 실시간으로 변하게 하고 현재 요금이 얼마인지 소비자가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사용하려면 전국의 전기 사용량을 시시각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계산된 요금을 모든 소비자가 항상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전력 기술에 IT 기술(정보, 통신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 전국의 계량기에 지금 이 순간의 전기 요금이 얼마인지 알려줘야 하고 계량기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기요금과 사용량으로부터 한 달 동안 사용한 요금을 계산해야 되는 것이다. 해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마트계량기를 사용해 수요를 조정한다면 전기요금을 약 10~20% 저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방식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즉 지능형 전력망의 출발점이다. 물론 스마트그리드가 전기 요금제도 개선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신재생 발전방식을 전력시스템에 연결시키는 방법, 지역별로 전력수요를 관리하는 신사업을 창출하는 방법, 전력저장장치를 이용해 피크부하를 저감하고 전력예비력을 확보하는 방법, 전국의 많은 전기 자동차를 전력저장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방법 등 새로운 전력시스템의 운영 방법도 스마트그리드 계획에 포함돼 있다. 앞으로도 전기기술 분야는 IT기술과 접목한 스마트그리드 기술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제 BT, NT, ET, ST, CT 등 타 기술과도 융합, 새로운 아이디어와의 접목을 통해 창조경제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 성장동력기술로 떠오를 것이다.

    김호용 한국전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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