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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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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경남신문 공동기획 '초록기자 세상'] 뭐, 조개가 나무 속에 산다고?

  • 기사입력 : 2014-03-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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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가의 나무에 구멍을 내고 그 안에서 사는 ‘갈매기조개사촌’.



    신현준 초록기자(거제제일고 3학년)

    ‘나무속살이조개’에 속하는 ‘갈매기조개사촌’

    톱날 같은 돌기로 나무 긁어내고 들어가 살아


    겨울을 지난 바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구조라해수욕장 인근 바다를 찾았다.

    바다의 모습을 관찰하다가 파도가 출렁이는 바닷가에서 하얗게 색이 빠진 나무줄기를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서니 알 수 없는 구멍들로 나무가 기괴해 보였다. 평소 바닷가에서 발견되는 나무에는 왜 이런 구멍이 많이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해서 이런 구멍들이 만들어진 것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구멍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벌레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노심초사했지만 구멍에서는 흰색 물체만 눈에 띄었다.

    이게 무엇일까? 힘겹게 나무를 쪼개 보니 구멍에서 작은 조개가 나왔다. 나무에서 조개가 나온 것이 놀라웠고 신기했다. 이 수많은 구멍을 낸 범인이 바로 조개? 땅속에서 사는 조개가 왜 나무 속에 들어가 있을까? 나무 구멍 속에 숨어 있던 이 조개는 나무속살이조개에 속하는 ‘갈매기조개사촌(Martesia striata)’이었다. 나무에 틀어박혀 사는 조개로, 서양 사람들은 ‘ship worm’이라 부른다. 말 그대로 ‘배 벌레’이다. 이 조개는 바다에서 사는데 조개껍데기의 톱날 같은 예리한 돌기로 1분에 8~12번씩 나무를 긁어내고 구멍을 내서 쑥쑥 파고들어가 그 안에서 살아간다.

    나무와 돌에 집을 트는 나무속살이조개의 강한 생존력과 적응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어서도 그 속에 푹 박혀 평생을 보내야 하는 숙명을 가진 나무속살이조개.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하는 공간 속에서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탐욕 없는 모습도 보였다. 특이한 공간과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생물들을 보며 작은 것 하나라도 자세히 들여다봐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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