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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비전이 자녀의 비전을 만든다- 이은혜(이은미술치료·기업교육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14-03-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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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이다. 바람은 아직 쌀쌀한데 마음은 벌써 봄이 오는 길목을 서성인다. 기대에 부푼 대학 새내기들의 웃음과, 짧은 머리에 쫄쫄이 교복바지로 한껏 폼을 낸 중고생들의 앳된 모습이 거리를 누빈다. 마냥 풋풋한 모습에 미소가 절로 번지고, 바라보던 마음 한 곳은 어린잎이 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안쓰럽기도 하다.

    어느새 자라 입학하는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대견함과 감사함이 크겠지만 그 이면에는 부담감도 있을 것이다. 자녀에 대한 자기희생과 열정은 세상 모든 부모의 공통점이라지만, 우리 사회에서 부모로 산다는 것은 교육비를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와 자녀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더 비장한 결심과 각오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특히 엄마라는 존재는 왜 그렇게 많은 짐을 져야 하는지, 자신의 인생은 없고 엄마라는 역할만 있는 듯하다. 백화점 문화센터로부터 입시박람회, 학원 설명회, TV 프로그램들까지 이 땅의 엄마들을 닦달하며 만능 엄마, 좋은 엄마가 되기를 강요한다. 이로 인해 자괴감에 시달리게 되고, 한편으로 시대의 조류를 놓칠세라 엄마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도대체 어떤 부모가 되어야 자녀를 바르고 훌륭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일까? 성공적인 자녀교육에 관한 책들을 살펴보면, 시대를 대표하거나 자신의 인생을 명료하고 생생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배후에는 언제나 현명하고 따뜻한 어머니가 있다. 현명 (賢明)의 사전적 의미는 어질고 슬기로워 사리에 밝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엄마로서 현명하다는 것은, 부드럽고 안정적인 정서를 지니고 자신의 인생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며, 자신과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려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힘으로 정의하고 싶다. 자신에게 충실한 엄마는 의미있는 삶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자녀들은 이러한 엄마의 태도와 행동을 보며 스스로 비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readership)보다는 관계형성(relationship)을 강조했던 존 F.케네디 대통령의 어머니는 축구시합을 하고 돌아온 아들에게 “네가 몇 골 넣었니?”가 아니라 “너희 팀이 몇 골 넣었니? 오늘 팀워크는 어땠어?”라고 물었다고 한다. 혼자 잘하는 능력보다는 협력과 조화를 중요시한 어머니의 비전이 총과 핵 대신 소통과 대화, 설득만이 위기에 놓인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믿었던 케네디리더십을 탄생시킨 것이다.

    금세기 최고의 테너, 황금의 목소리라 불렸던 카루소 역시 어머니의 비전이 만들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카루소의 목소리는 ‘바람에 삐걱대는 덧문 소리’ 같았지만, “네 노래는 점점 좋아지고 있단다. 넌 언젠가 훌륭한 노래로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을거야”라는 어머니의 진솔하고 따듯한 격려가 카루소의 비전이 됐고, 그 비전을 가슴에 품은 나폴리의 기계공 소년은 도니제티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열창하며 세계적인 성악가가 될 수 있었다.

    얼마 전 TV에서 만난 오스트리아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서로 돕고, 연대하는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장애아동과의 통합수업을 스스로 선택했으며, 자신들의 세금으로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다소 비싼 지불도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예기(禮記)>의 시작인 <곡례(曲禮)> 상편 역시 ‘쌓아두면서도 마땅히 나눌 줄 아는 사람을 현명한 사람’이라 일컫는 것을 보면 인간의 지고지선은 ‘공동선을 지향하며 함께 잘 사는 것’이라 생각된다.

    비슷한 시기에 마산합포구 진동을 지나다 이와는 너무도 다른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았다. ‘사랑의 집 증축 반대’. 자신과 우리 동네의 집값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을 자녀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씁쓸해진다. 과연 ‘다, 너희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세상을 바라보는 부모의 관점과 태도가 강물처럼 그대로 내 자녀에게 흘러든다고 생각하면, 내 삶을 그저 함부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3월이다. 자녀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면서, 이 사회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진 부모로서,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봄을 맞이해보자.

    이은혜 이은미술치료·기업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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