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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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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일확천금(一攫千金)- 한꺼번에 많은 돈을 움켜쥔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4-03-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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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 필자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전과(全科)라는 학습참고서를 처음 보았는데, 이웃에 사는 우리 반 학생이 부산의 친척집에서 헌 책을 얻어 온 것이었다.

    그 전과의 각 페이지 맨 아래에 퀴즈문제가 있었고, 답이 그 뒷장에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문제가 ‘1억 원이라는 돈은 얼마나 되는 재산일까?’라는 것이었는데, 그다음 페이지에 나온 답이 ‘100명이 100년 동안 먹고살 수 있는 돈’이었다.

    당시 시골 군수 월급이 1만 원이 안 되는 정도였으니, 1억 원이라는 돈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더구나 1962년 화폐 개혁 직후였으니, 1억 원은 1년 전의 10억 환에 해당됐다.

    지금은 연봉 1억 원 이상 되는 직장인이 수두룩하다. 함안군의 경우 1년 순수익이 1억 원 넘는 농가가 383가구라 하니, 소득이 높고 잘사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연봉 1억 원을 받는 사람도 한 달에 손에 들어오는 월급은 65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세금, 의료보험, 기부금 등을 제하고 난 나머지 금액이다. 650만 원을 수령해도 이 금액이 다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또 고정으로 나가야 할 돈이 기다리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 난방비, 자동차 연료비, 차량세, 재산세, 전화비, 보험금을 제하고 나면 500만 원 정도 된다. 그러고 나서도 각종 모임의 회비, 경조사비 등을 제하고 나면 400만 원 정도 남는다.

    자녀 둘이 사립대학을 다닐 경우 학비만 해도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나간다. 그 외 방값, 생활비, 용돈 등을 지불하고 나면 1억 원 연봉자가 겨우 빠듯하게 살아갈 수 있다.

    연봉 1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는 사람의 생활이 이러한데, 보통 서민들이 생활은 어떠하겠는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라 하지만, 모든 가정이 어렵게 살지 않을 수 없다. 연봉 1억 원 받는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텔레비전 연속극에 등장하는 그런 호화로운 집은 몇 집 안 된다.

    그러니 말은 안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많이 쪼달리기 때문에 일확천금(一攫千金)을 한 번쯤 꿈꾼다.

    그 가운데 가장 쉬운 방법은 로또 복권에 당첨되는 일이다. 그러나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분의 1이라고 한다. 자동차 사고 사망률 3만분의 1, 화재사망률 40만분의 1, 벼락 맞아 사망할 확률 50만분의 1보다 훨씬 가능성이 희박하다.

    ‘로또복권, 인생역전(人生逆轉)의 기회’라고 선전하며 복권을 국가에서 판매하고 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매주 많은 사람들이 산다. 지금까지 80명 가까이 1등에 당첨됐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당첨 안 된 것보다 훨씬 더 못하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전 세계적으로도 꼭 같은 결과가 나온다. 전 세계 복권당첨자 가운데 64%가 자살, 피살, 범죄, 이혼, 사기 등 파멸의 길로 접어들었고, 36%만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 36%도 그 돈을 어떤 단체에 기부한 사람들이지, 자기가 쓴 경우는 없었다.

    인생의 가치는 재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재물을 쓰고 갖가지 향략을 누렸던 솔로몬이 내린 인생의 결론은 ‘허무’였다.

    요즈음 모든 것을 돈으로 측정하고, 시장경제 논리로 모든 가치를 함몰시키는 시대에 우리 각자가 허무한 인생이 되지 않으려면, 인생을 가치 있게 사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자기 관리를 잘하고, 주변 사람과 화목하게 인간미 있게 사는 것이 큰 재물보다 몇 배 더 중요하다.

    * 一 : 한 일. * 攫 : 웅켜잡을 확.

    * 千 : 일천 천. * 金 : 쇠 금. 돈 금.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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