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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자살공화국 대한민국의 서글픈 자화상- 주선태(경상대 축산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03-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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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우리나라의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이 마치 자살공화국처럼 느껴진다. 서울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세 모녀가 자살한 사건에 이어 울산에서도 30대 주부가 네 살배기 아들과 함께 역시 생활고를 이유로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또 어떤 40대 남자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다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들 모두 밀린 월세도 갚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고 한다. 이것이 복지예산 100조 시대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 2014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OECD 국가 중 부동의 자살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9명으로 33분마다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특히 빈곤층의 생활고로 인한 자살률이 매우 높은 편인데, 통계자료에 따르면 자살충동의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는 비율이 40%에 달하고, 40세 이상에서는 50%를 넘어간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비용은 OECD 국가 중 최저의 수준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지금 복지시대와 국민행복이라는 구호만 요란할 뿐이다.

    상황이 이러니 대통령까지 나섰지만 정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언성만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제도를 국민이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면서, 복지제도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접근도 용이하게 해 복지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복지전문가들은 정부의 복지정책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복지제도의 홍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빈곤사회연대 관계자들은 최근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사람들이 정부의 복지제도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복지혜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 대부분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복지 수급권은 ‘신청’을 통해서만 발생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행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본인이 신청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또 그 혜택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기초생활수급 신청에서 탈락하거나 누락돼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수가 대략 415만 명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반면 동사무소에 등록된 기초생활수급자 중 일부는 쌀과 연탄이 넘쳐나 이른바 ‘연탄깡’을 하는 지경이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자살문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자살의 이유로 절망을 꼽는다. 사람은 희망을 잃고 절망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다. 자살이라는 것은 주위 환경으로부터의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그것을 피할 통로가 없다고 느껴질 때 쉽게 저지른다. 그래서 사회 환경과 분위기가 개인에게 주는 압박이 크면 클수록 그 사회의 자살률은 높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새로운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복지사각지대로 몰려 절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형식적인 정부 지원 방식을 뜯어고치고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간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문턱이 높아진 기초수급 신청과 부양의무 제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발로 뛰는 행정실사가 친절하고 인격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이런 실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담당 직원의 수도 늘려야 한다. 또한 각 지자체들은 사회적 돌봄 시스템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빈곤층과 행정당국을 연결하는 마을 단위의 안전망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주선태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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