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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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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辰辰)- 김유경

  • 기사입력 : 2014-03-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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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이름은 진진. 흰 별이 두개. 가문비나무 위에 총총 떴지. 여름에 잘 보이고 겨울엔 더 잘 보였어. 잎이 다 떨어진 싸리 빗자루 같은 나뭇가지. 까만 밤하늘에서 둥치 쪽으로 별을 쓸어 담았지. 쓱쓱 싹싹. 할아버지 귀에는 하늘의 소리까지 들렸어. 진, 진진. 한 글자의 반복. 그건 다른 것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갈증 같은 거지. 진진하고 부르면 그 목마름이 느껴졌어. 길고 긴 은하수를 한 걸음에 건널 만큼의 용기. 아빠도 엄마를 처음 부를 때 그만한 용기가 필요했겠지. 할아버지는 내게 왜 진진이라는 이름을 쥐여주었을까. 별은 밤이 되어도 하늘로 날아가지 않았지. 두 개의 별은 내 가슴에 같이 머물렀어. 엄마가 진진하고 부르면 가슴이 콩닥콩닥. 나는 아주 작은 반짝임으로 자랐어. 조금씩 조금씩. 할아버지 귀는 고요한 밤처럼 어두워갔어. 들리지 않았지. 제가 진진이에요, 라고 크게 외쳐도. 할아버지는 별이 되었을까. 겨울이 오면 더욱더 보고 싶었지. 다시 낯선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불러준다면. 어마어마한 용기를 품고. 저 별들 중 가장 착한 별 하나. 훗날 내 가슴에 쉬익 떨어지면. 갓 태어난 별에게 어떤 이름을 주어야 할까. 다른 것으로는 절대 불리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제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할아버지의 귀에만 들리던 아주 작은 별의 움직임. 진. 진진을.



    ☞ 그녀 처음 만났을 때 어머나 감탄사 절로 났지, 동그란 공 하늘 높이 탄력 있게 튀어 오르는 느낌이었으니까. 어릴 때 말이야, 연달아 손 바꿔가며 다리 사이로 등 뒤로 보내기도 하다 노래 끝날 때 단숨에 받아내던 공, 그 열중하며 즐거웠던 공놀이 떠올랐어. 글쎄 그녀에게서 풋풋한 첫사랑처럼 아프지만 상냥했던 과거가 그립다기엔 나는 길고 긴 은하수를 너무 멀리 건너와 버렸어, 그래서 그녀 흰 별이나 가문비나무에게 다정한 이름 불러줄 때, 큰소리로 작고 예쁜 공하며 추억의 이름 쥐여주고 싶어, 주위가 어두워져서야 엄마 품에 달려가 쏙 안기는 천방지축 어린 공. 하지만 고요한 밤 낯선 별 건너 오직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빛나는 공, 통통 개성으로 완전 무장한 그녀 시인이라는 용기 있는 이름 가슴에 단 착한 이유 문득 듣고 싶어졌어.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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